깨어진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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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2일 하오2시 서강대 학생회관앞. 잔디밭 곳곳에 천막이 세워졌다. 「한잔에 확 취한다」 는 「뿅서」 와 「이스베스차」 (전진)묵, 「이스크라」(불꽃) 떡볶기, 해방순대 등의 메뉴가 나붙은 「민주주점」을 개점(?) 하자마자 학생손님들로 문전성시.
축제 사흘째인 이날 「대동놀이」 의 흥겨운 농악소리가 캠퍼스에 울려 퍼지면서 학생들은 긴 춤의 행렬을 이루었다 교직원들도 오랜만에 시위의 부담에서 벗어난 채 이들을 웃으면서 지켜보았다.
게시판엔 「길놀이」 에 이어「민중해방군」 과「민촉통일군」으로 편을 갈라 단과대학별 「땅따먹기」 와 「가발쓰러 뜨리기」가 있을 예정이라는 공고가 나붙었다.
말이 사흘째이지 지난 이틀을 최루탄 부상 학생문제를 놓고 학교측과 줄다리기를 하느라 학생들은 농성과 시위로 축제를 뒷전에 밀어놓았다. 이날 학교측의「경찰 과잉진압자제촉구」 , 「교수차원에서의 부상학생에 대한 모금운동」등 조치에 이어「수업 정상화 못지 않게 축제정상화도 중요하므로 최대한 노력하겠다」 는 약속이 있자 마음이 좀 풀려 이날 축제는「사실상 첫날」. 모처럼 몸과 마음을 풀고 한때를 즐기던 학생들은 그러나 하오 6시30분 일부에서 시위가 벌어지며 『우리 학우가 또 당했다』 는 긴급방송에 농악을 멈추었다.
『최루탄파편이 폐에 박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학생들은 축제를 중단,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본부건물은 철야대기교직원들로 불이 환하게 밝혀지기 시작했다.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최루탄사용에 대한 항의로 번져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빵과 우유를 사들고 농성장으로 향하는 한 학생이 착찹한 표정으로 말했다.

<문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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