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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직업 도장 깨기 프로젝트 후기 - 사진가·프로그래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여름방학을 맞아 2주에 걸쳐 소개했던 소중의 직업 도장 깨기 프로젝트. 여러분도 하나씩 도전해 봤나요?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읽을 수 있고, 전시·체험 역시 시기마다 새롭게 열리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실행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그럼 소중 직업 도장 깨기 프로젝트의 사진가·프로그래머 도장에 도전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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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사진이 가득한 모자이크식 공간인 섹션 ‘유니크’관은 관람객이 오래 머무는 곳으로 꼽힌다.

사진기자는 어떤 마음으로 사진 찍을까 생각해봤죠

사진이 좋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고민이라면 우선 다른 사람들이 찍은 다양한 사진을 감상하는 건 어떨까요. ‘로이터 사진전, 세상의 드라마를 기록하다’는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로이터의 주요 사진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세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진기자들이 찍은 보도사진 450여 점을 6개 섹션으로 살펴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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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사진가 도장의 독자 이벤트를 통해 ‘로이터 사진전’을 찾은 김지만 학생.

사진가 도장 깨기에 도전한 김지만 학생(대전 갑천중 2)이 지난 17일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20세기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입니다. 오래된 흑백사진 속에는 2차 대전 당시 전선을 찾은 아이젠하워 장군, 1986년 동독의 호네커 서기장과 소련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포옹하는 장면과 같은 역사적 순간이 담겼죠. 우리와 더 가까운 역사적 사진도 있어요. 1987년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친구에게 부축받은 이한열 열사의 사진이죠. 현장성·사실성·역사성을 갖춘 보도사진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기분이 됩니다.

보도사진은 전부 어렵고 딱딱할까요. 호정은 큐레이터는 “보도사진은 부정적이고 심각한 사건을 다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주제도 많다”고 말합니다. 발길을 옮기자 사람들의 슬픔·기쁨·분노·두려움·환호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사진과 지구촌 축제·행사의 흥겨움을 담은 사진이 펼쳐집니다. 컬러풀한 사진들이 가득한 공간은 마치 무지개 터널을 지나는 듯하죠. 전시는 이어서 자연의 신비함과 이국적인 풍경, 동물의 세계 그리고 그 속에 어우러진 인간의 삶까지 보여줍니다. 사진 속 세상의 모습은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답죠. 섹션 이름처럼 지구별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우리에게 낯익은 사건·사고를 다룬 사진이 나옵니다. 보도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테러·시위·자연재해 같은 사건사고를 담은 사진들이 33m 테이블에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수류탄을 쏘는 이스라엘군 탱크를 쫓는 팔레스타인 시위자들의 긴박한 장면과, 2015년 11월 에펠탑 앞에 모여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의 모습을 마치 신문을 읽듯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사진을 찍는 기자의 시선과 맞닿게 됩니다.

사진을 통해 또 다른 사실을 접할 수도 있어요. 난민이라고 하면 비참하고 안타까운 모습을 떠올리지만, 25년 동안 난민을 취재한 야니스 베흐라키스 기자의 사진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진 속 난민들은 오히려 따뜻한 일상을 보내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사진은 기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솔직한 눈입니다. 호 큐레이터는 “우리가 가진 편견을 뒤집어 사회 문제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사진은 올해 퓰리처 사진 속보 부문상을 받았죠.

다음은 경제·환경·동물·인권·사상·기아·질병 등의 문제가 담긴 사진을 보여주는 코너입니다. 사진기자들은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포착하죠. 그런데 그 현장을 사진으로 포착해내는 순간, 사진기자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까요? 기자들은 때론 죽어가는 동물, 굶는 아이, 병든 사람들을 사진에 담으며 사실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지, 인간으로서 당장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심적 부담과 딜레마를 느낀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는 우리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죠. 집중하는 김지만 학생의 모습이 마치 사진 속 장면을 직접 대면한 듯 진지합니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에필로그가 마련돼 있습니다. 보도사진이라 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역사적인 순간이나 유명인,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사고들만 담겨있을 것 같죠. 하지만 세상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일상입니다. 호 큐레이터는 “보도사진은 모든 순간의 모든 것들에 대한 접근”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소소한 일상이 그려진 보도사진도 많습니다.

김지만 학생은 “특별한 사진 한 장은 많은 사람의 생각과 세상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한 것 같다. 사진을 보며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알고리즘부터 차근차근…앱 만드는 재미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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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테크노파크 ‘앱 인벤터 교실’에 참가한 최준원·오청아·이연우·양승민 학생(왼쪽부터).

김성완 부산 게임아카데미 교수는 소중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쉽게 앱을 만들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죠. 그래서일까요? 요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서 어린 학생들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버스 앱과 전국의 대기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하는 초미세먼지 앱은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닌 고등학생들이 만들었죠. 하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앱 개발’이란 여전히 막막한 일일 겁니다.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게임을 꼭 자랑하겠다’, ‘유명한 프로그래머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 등 남다른 포부를 갖고 프로그래머 도장 깨기에 나선 네 명의 독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죠.

지난 20일 ‘경기테크노파크 앱 인벤터 교실’. 프로그래머가 꿈이라는 양승민(하남 미사강변중 1)·최준원(용인 산양초 6) 학생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실제로 도전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컴퓨터로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이연우(원주 만대초 6) 학생과 ‘IT 자격증만 두 개’라는 오청아(성남 신흥초 5) 학생은 “‘스크래치(MIT 미디어 연구소에서 만든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등으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든 적 있지만 쉽진 않았다”고 털어놓았죠.

그런 코딩 초보 학생들에게 수업을 맡은 이경아 강사는 동영상부터 보여줬습니다. 현직 프로그래머들의 인터뷰였는데,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흥미가 있었다”고 말했죠. ‘친구가 만든 인형 뽑기 게임에 자극을 받아서’, ‘아버지가 소개해준 자동차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등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사소했죠. 이 강사는 “여러분에게도 오늘 이 시간이 프로그래머로 성장하는 데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앱 인벤터’의 뜻부터 소개했어요. 앱 인벤터란 말 그대로 앱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MIT와 구글이 함께 만들었죠. 블록을 끌어다 끼우는 단순한 방법으로 누구든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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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하면 떠오르는 용어가 바로 ‘알고리즘(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할 때 따르는 일련의 절차)’인데요. 본격적인 앱 제작 전, 간단한 알고리즘 작성부터 도전했습니다. ‘시작하기’, ‘앞으로 한걸음’, ‘되돌아가기’ 등의 명령어가 적힌 카드를 알맞게 배열해, 로봇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면 되죠. 하지만 모두들 완성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이동시킨 로봇을 다시 원점으로 복귀시키는 명령까지 한 알고리즘에 담아야 했거든요. 이 강사는 “얼핏 간단해 보이는 알고리즘도 이처럼 그리는 게 쉽지 않다”며 “사건을 순서에 맞게 생각하는 능력인 논리력이 프로그래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인 이유”라고 말했죠.

하지만 논리력은 오랜 훈련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만 얻을 수 있죠. 이런 면에서 앱 인벤터는 논리력을 갖기엔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딱인 도구입니다. 따로 알고리즘을 짜지 않아도 필요한 명령 블록을 조합하면 앱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이 처음 만든 앱은 스마트폰을 흔들면 소리가 나는 ‘핸드벨 앱’이었는데요. 프로그램 속 ‘디자이너’ 화면에서 앱 실행 시 스마트폰 화면에 뜰 이미지를 선택한 후, ‘블록 에디터’ 페이지에서 [언제 ‘가속도_센서1’. 흔들림] 블록에 [호출 ‘소리1’.재생]을 끼워 넣으니 뚝딱 완성됐죠. 뒤이어 만든 ‘생일축하 카드 앱’도 디자이너 화면에서 이미지와 음악을 지정하고 버튼을 만든 후, [언제 ‘시작 버튼’. 클릭] 블록에 [호출 ‘음악 파일’.재생] 등의 블록을 끼워 넣어 금세 마무리했어요.

첫 앱을 만든 소감은 어떨까요? 청아 학생과 연우 학생은 “내 손으로 직접 앱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무척 크다”고 말했습니다. 준원 학생은 핸드벨 앱을 응용해 스마트폰 피아노를 만들 계획이라는군요. 미국의 고등학생 잭 안드라카는 인터넷 의학 정보를 모아 췌장암 조기 진단 키트를 발명했죠. 승민 학생은 병원 정보를 활용해 아픈 사람들에게 근처 병원을 소개하는 앱 제작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생각이랍니다. 이대로라면 한국판 잭 안드라카가 탄생하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이네요. 이날 도장 깨기에 도전한 학생들 모두 ‘앱 만드는 재미’를 가슴에 한 아름 안고 돌아갔으니까요.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권소진 인턴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우상조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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