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산업단지 先계획 後개발… 수도권 난개발 원천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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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북부지역에 대한 광역교통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것은 마구잡이 개발을 막고 수도권의 균형 개발을 꾀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마구잡이 개발의 대명사로 불리는 경기 용인.죽전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전철을 밟아선 곤란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수도권 북부지역 전 지역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개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선(先) 계획-후(後) 개발'원칙을 적용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고양.의정부.남양주시 등은 현재 관광지구와 산업단지 등이 밀집돼 있지만 도로나 철도 등 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경기도 내에서도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앞으로 택지개발이 예정돼 있거나 가능한 곳이 86개 지구 6천2백68만평에 달하고 개발이 예정된 산업단지와 관광단지가 29개 지구 6백21만평, 24개 지구 7백49만평에 이른다.

또 현재 3백22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20년 후에는 4백87만명으로 증가하고 관광이나 물류 이동에 따른 교통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개발에 들어갈 경우 마구잡이 개발이 불가피해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산.분당.평촌 등 5개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선 개발-후 계획'을 택했던 정부는 이미 입주한 주민들과의 마찰이나 민원으로 교통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접경지역의 도로 건설 등을 둘러싸고 사업비 부담 문제로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수도권 북부지역 14개 시.군 관계자들과 철도청.교통개발연구원 등 교통 관련 기관들을 모두 참석시켜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16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도 교통수요를 유발하는 주민이나 지자체가 필요한 교통시설 설치 비용을 대는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정했다.

정부는 당장 3천3백17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는 제2 자유로의 건설 비용은 고양시에 들어설 고양국제전시장과 파주.운정지구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사업을 담당하는 건설업체나 개발업자가 사업비를 대도록 해 결국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비용을 부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성이 강한 국도나 철도, 공영 차고지 등에 들어가는 사업비용은 정부 재정을 투입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최장 20년이 걸리는 중장기 계획이어서 특정 지역 개발이 무산될 경우 전체 그림이 헝클어질 수 있다. 막대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이 지역에 거주할 주민들이 일산이나 분당처럼 베드타운으로 이용할 경우 가중될 교통난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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