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허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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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의 한국인을 네 마디 말로 설명한 외국기자가 있었다.
걸핏하면 싸우고(cantankerous),걸핏하면 맞붙고(confrontational), 재치 있고(위티), 근면하다(하드워킹) -.요즘 우리 정정을 특집 한 미국주간지 타임에서「에드윈·M·라인골든」기자가 한 말이다.
그 비슷한 말은 벌써1백여 년 전에도 있었다. 병인교난(1866년)무렵 우리 나라에 잠임, 10년 이상 비밀 전교 활동을 했던 파리 외 방 부 교회사가「달레」는『한국 천주교회사』를 집필하며 그 서두에서 우리 국민성의 장단점을 얘기했다.
몇 가지 단점을 지적하며『완고하고, 까다롭고, 성 잘 내고, 복수심이 강하다』고 했다.
물론「달레」신부는 장점을 먼저 얘기했다. 첫째는 이웃 사랑의 법칙을 선천적으로 존중하고, 둘째는 손님 대접을 신성한 의무로 알며, 세 째는 강인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능력 있는 장교만 있으면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몇 년 뒤인 1894년 우리 나라를 4년에 걸쳐 네 번이나 드나든 영국의 지리학자「이저벨러·비선망 여사는『한국과 이웃』(1897년)이라는 책을 남겨 놓았다.
그는 특히 두만강 건너편의 러시아 영에 정착해 사는 한국인을 보고『부지런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며, 돈을 잘 모은다』고 칭찬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한국인에 대한 평판은 명암이 엇갈린다. 20년 가까이 우리 나라에 머물렀던 미국사학자「호머·헐버트」는『한국의 증언』(1906년) 이라는 저서에서 우리 국민성을『냉정한 <합리주의와 열정적 감정주의를 고루 갖고 있다』고 평했다.
똑같은 시기에 우리 나라에 두 달 동안 머무른 일이 있는 미국 언론인「조지·케넌」은 재대로 눈을 뜨고 있지 않다.
『게으르고, 더럽고, 뻔뻔스럽고, 거짓말을 잘하고, 무식하며, 자존심도 없다』
일본사람의 험담을 곧이 듣고 그대로 뇌까린 것이다.
1980년대의 한국인은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우선「위컴」주한미군 사령관의 「레밍」(lemming)이라고 한 말을 잊지 못한다. 82년4월, 엄지 쥐를 쪼르르 따라다니는 들쥐에 비유한 것이다.
같은 무렵 일본작가「시바」는『가죽같이 질긴 인성(인성)을 가진 민족』(『문화 춘추』)이라고 했었다.
갑 논 을 논 중에도 한 세기를 두고『싸움 잘한다』는 평판이 그대로 있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외국인의 눈이 비뚤어 졌는지, 우리가 변하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우리가 변하지 않았다면 사회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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