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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사관학교, 여성 응시자들에 “산부인과 진료기록 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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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육군3사관학교가 올해 사관생도 모집 전형에서 여생도 지원자들에게 ‘산부인과 과거 수술기록’을 제출하도록 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당했다.

수술기록·임신반응검사 등 요구
군 인권단체 “국가인권위 제소”
‘달동네나 유흥업소 밀집지 사나’
‘어머니 월 수입 200만원 넘나’
최종 면접 설문 항목도 부적절
학교 “실무자 실수, 개선하겠다”

25일 육군3사관학교에 따르면 2016년 54기 생도 모집 요강에서 여생도 지원자의 산부인과 검진 결과를 별도로 요구했다. ‘자궁초음파’와 ‘임신반응검사’ ‘과거 수술기록’ 등 세 가지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산부인과 관련 수술 기록의 경우 ‘임신중절’ 여부 등을 묻는 것으로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군 생활과 무관한 사적인 영역까지 모집 과정에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헌법 10조(인격권), 11조(평등권), 17조(프라이버시권)를 위반한 것으로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부인과 수술기록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진료기록 자체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자궁초음파 진료 결과를 제출하라면서 남성에겐 왜 비뇨기과 진료 기록을 요구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육군3사관학교 관계자는 “모집 공고를 내는 과정에서 문구를 잘못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수술기록은 산부인과 관련 기록이 아니라 남녀 공통으로 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수술 전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평가 실무자가 실수로 잘못 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6월 공개된 모집 요강은 이 학교의 평가실 실무자부터 윗선까지 결재 과정을 거쳤지만 꼼꼼한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현재 3차 전형에서 여생도 지원자는 71명으로 과거 산부인과 수술기록을 제출한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학교 측이 잘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형에서 육군3사관학교에 지원한 사람은 3000명이 넘는다.

이 학교가 최종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실시한 ‘건강생활 설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설문에는 ‘어머니가 사회 생활을 하고 월 수입이 200만원이 넘는다’는 질문이 포함됐다. 부모의 취업 여부도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라 부적절한 질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외에도 거주지를 묻는 질문의 답변에는 황당한 항목도 있다. ‘달동네나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살고 있다’는 항목이다.

무소속 서영교 의원은 “최종 면접 등 전형 과정은 군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돼야지 개인 사생활을 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설문 항목은 검토 후에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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