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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폭염 속 잇따른 재소자 사망, 교도소 실태 전면 조사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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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무더위에 선풍기도 없는 방에 수용돼 있던 부산교도소 재소자 두 명이 잇따라 숨졌다. 교정시설의 응급 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교도소 측은 “규정대로 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2014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해 온 서모(39)씨가 고열 증세를 보이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지난 20일 사망했다. 그는 다른 재소자와 실랑이 끝에 조사수용방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같은 교도소에 있던 이모(37)씨가 역시 고열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이씨는 동료 재소자와 시비를 벌이다 폭행을 당해 조사수용방에 격리돼 있었다.

조사수용방은 교도소 규율을 위반한 재소자들을 징계하기 전 다른 재소자들과 격리하기 위해 만든 별도 공간이다. 7.6㎡ 남짓한 공간에 최대 세 명이 수용된다. 자살 등 사고 예방을 위해 선풍기는 없지만 부채 한 개와 얼린 생수 등이 지급된다는 게 교도소의 설명이다. 격리를 위해 별도 공간에 수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교도소 측은 재소자 관리에 문제가 없었고 매뉴얼에 따라 수시로 상태를 살펴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폭염 속에 재소자들이 좁은 감방에 있다 숨졌다는 사실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서씨는 지체장애 3급에 뇌전증·당뇨 등을 앓았고, 이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으로 매일 약을 복용해 왔다. 이씨의 경우 동료 수용자와의 싸움으로 얼굴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고, 병원 측은 추가 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고 한다. 의사 3명이 재소자 1400여 명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의료조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재소자도 국민이다. 재소자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가 조사에 나선 만큼 사망 경위와 교도소 측 규정 위반 여부 등이 한 점 의문 없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혹서기·혹한기 교도소의 재소자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전면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