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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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의 우주로키트 발사 실패는 「신화의 붕괴」로 표현되고 있다. 지난 1월 챌린저호 참사 이후 4월18일엔 타이탄 로키트, 4월25일엔 나이키 오리온 로키트, 그리고 5월3일엔 델터 로키트 등 금년들어 네번의 실패다.
그 실패는 우선 미국이 자랑하던 현대과학기술 수준에 대한 신뢰에 큰 의문을 제기했으며 아울러 소련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패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추정되는 사고원인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 문제다.
스페이스 셔틀 챌린저호는 25회째의 비행에서 고체연료 로키트의 이음쇠 부분 균열로 실패했다. 타이탄 로키트는 전자장치 결함, 델터 로키트는 주 엔진고장이 원인이었다.
특히 델터 로키트는 60년이래 1백77회 발사 중 실패는 12번뿐이었다. 95%의 성공률로 미국의 우주계획을 선도하고 있었다.
가장 안전하다는 델터 로키트의 실패로 미국우주계획 실무자들의 심리적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스페이스 셔틀, 타이탄, 델터를 포함한 모든 로키트 발사를 사고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전면 중지하라고 들고 나오고 있다.
소련의 제3세대 우주스테이션 미르(평화)가 항구적 우주기지 건설작업을 위해 발사된 것은 특히 미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발사된 미르는 6개의 도킹 구를 가지고 우주공장 건설의 길을 열었다. 그 도킹 구에는 앞으로 쏘아 올려질 모듈과 연결, 수10t짜리의 거대한 우주실험실을 만든다.
그러나 일본의 우주개발 전문가는 소련의 우주기술은 미국과 아직 10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미국은 아폴로계획에 2백10억 달러를 써서 소련을 따라잡은 뒤 셔틀개발에 1백억 달러를 썼다.
셔틀은 본체와 연료 탱크를 재 이용하는 효율적 시스팀으로 각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셔틀의 실패로 「싼값의 우주 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우주기지 완성은 당초 92년까지로 계획되었었다.
그러나 85년에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사의 「맥심·포게트」사장은 『예산삭감 때문에 이 계획은 95년에나 가능』하다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계속된 로키트 발사 실패는 그런 전망조차 너무 낙관이란 느낌을 준다.
그런 추세라면 유인우주기지 건설은 물론 「레이건」의 SDI계획도 늦어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최신 과학기술은 놀라운 복합 거대기술 시스팀을 만들어내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실패 앞에서 인간은 한계를 의식하며 또 한번의 비약을 위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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