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T전화’ 세계로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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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텔레콤이 전화 플랫폼 서비스 ‘T전화’로 연내 북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통신 사업 대신 플랫폼 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사용자 1억 명을 모으는 것이 1차 목표다.

전화·부가서비스 결합 플랫폼 사업
연내 북미 진출…유럽·동남아도 겨냥

2014년 2월 출시된 T전화는 이동통신사가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전화 플랫폼이다. 전화기의 가장 기본 기능인 통화 기능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2012년 네이버에서 온 위의석 상품기획부문장(전무)이 2년간 개발 끝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위 부문장은 “인프라 사업인 이동통신으로는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SK텔레콤이 해외 통신 기업을 상대하는 인터넷 기업으로서 해외에 진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미 오렌지텔레콤(프랑스), 도이치텔레콤(독일) 등에서도 관심을 보여왔고 구글도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전화 플랫폼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며 “2018년초에는 의미 있는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전화는 ▶전화번호 등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알려주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관련 정보를 알려주며 ▶사용자의 이용 패턴에 맞는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특정 가게의 이름이나 기관 명을 T전화에 입력하면 고객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순서로 전화번호, 지도, 업체 홈페이지 등을 보여준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OO은행, 카드가입 권유’ 등 해당 업체가 저장한 내용이나 다른 이용자가 남긴 평가 내용이 화면에 나타난다. 일상 통화의 70%가 10명 이내의 사람들과 이뤄진다는 점에서 착안해 가장 많이 통화한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을 첫 화면으로 보여준다.

출시 당시 SK텔레콤 전용 폰에만 기본 탑재돼 있던 T전화는 지난해 12월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에게도 개방됐다. 안드로이드OS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돼 현재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위 부문장은 “스팸 전화가 합법이지만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 미국, 소소한 개인정보까지 모두 개방돼 있는 인도, 개인 정보 보호에 철저한 유럽 등 각 나라마다 통화 습관이 다르다”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전화 플랫폼을 출시하기 위해 기능을 더하거나 빼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국가 기간사업과도 같은 통신 사업의 특성상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플랫폼 사업으로 해외로 나가는 우회 전략을 구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장동현 사장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해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2001년 베트남 정부와 합작으로 ‘S폰’을, 2005년 미국 알뜰폰(MVNO) 사업을 위해 ‘힐리오’를 설립했지만 모두 성과 없이 철수했다. 2007년 인수한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6.6%도 소득없이 2009년 전량 매각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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