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특허 걱정만 할 수 없다|내년7월부터 시행…무슨 문제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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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특허법개정안을 입법예고, 87년 7월1일부터 외국인에 대해 물질특허제도를 시행키로 함으로써 관련업계와 단체들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물질특허란 화학적 방법으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을 때 특허권을 인정, 보호해주는 것. 즉 어떤 물질을 최초로 만들었다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만든다 해도 최초 개발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A사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면 이 항생물질 자체에 특허가 나가므로 중간과정의 변경은 인정되지 않아 A사가 독점권을 행사하게 된다.
외국인에게 물질특허를 허여했을 경우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는 정밀화학부문으로 의약품 농약·도료·접착제 화장품 사진용 재료·첨가제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그동안 우리 나라의 대부분 업체들은 선진국에서 특허가 나있는 제품들을 제조방법만 조금 바꿔 국내에 특허 출원,생산해왔기 때문에 미국 서독 등의 항의를 받아왔다.
저작권과 같이 물질특허도 당연히 보호해 주어야하며 남이 발명한 것을 복제할 때는 마땅히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으로 물질특허제도는 언젠가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충격이 너무 커 관련업계에서는 반대를 거듭해왔다.
한국 정밀 화학공업 진흥회 등이 물질특허허여에 따른 정밀화학관련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선 기술의 선진국 예속과 연구개발활동의 위축을 들고 있다.
이 분야의 국내산업기술수준은 대체로 외국제품의 제조방법개량단계에 있어 선진국 독점에 따른 기술시장의 예속화가 우려된다는 것.
특히 특허저촉이나 기술공여국으로부터의 통제때문에 제법개량연구가 어려워 연구개발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신물질개발연구에 의한 물질특허획득엔 1건 연구에 평균 2천만∼5천만 달러(1백 80억∼4백 50억원)나 드는 것으로 알려져 민간기업단독으로 개발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물질특허허여는 또 신규로열티의 부담증가로 제품의 원가상승을 초래하고 원료 및 중간체의 고가수입에 따른 원가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며, 완제품의 수입증가에 따른 외화지불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복제시대의 청산」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제는 외국기술의 단순모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으며 제조방법을 바꾸기 위한 불필요한 투자를 해오던 것을 근본적인 기술개발에 돌리게 될 것이라는 점등이다.
정부는 물질특허제도시행과 함께 국내산업계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아울러 추진중이다.
우선 신물질 연구개발용 각종 시험센터를 상공부 과기처 보사부 등에 설치키로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계획의 하나로 관민공동출연으로 95억원을 들여 6월까지 상공부 과기처·보사부가 관장해 화학연구소등을 확장, 스크리닝 센터 독성시험센터 신물질을 위한 컴퓨터 설계실을 설립, 신물질의 성분·약효발암성·잔류성 등을 검사해국제적인 공인을 받도록 했다.
또 상공부에 기술 및 시장정보센터를 설립, 국내외 신물질 신기술 물질특허자료와 관련시장 정보를 수집, 배포키로 했다.
이밖에▲관세의 탄력적 운용▲모험기업에의 금융혜택을 통해 관련산업을 지원하고 한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합작업체들이 제품 원재료 값을 자국 내에서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한국 시장에 팔거나 국내업계가 유사제품을 개발했을 때 덤핑가격으로 국내산업을 위협했던 점을 감안해 관세제도를 보완, 횡포를 막기로 했다.<김광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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