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장맛 샘표, 회사 얼굴 새롭게 단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국내 첫 ‘사먹는 간장’을 만든 종합식품기업 샘표가 70주년을 맞아 기업이미지(CI)를 바꿨다. 2006년 샘천(泉)자를 빼고 순 한글 CI를 선보인지 10년 만이다. 샘표 고유의 빨간색 육각형을 변형해 행복하게 웃는 가족의 얼굴과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입모양, 전통 가옥의 처마선 을 연상하도록 만들었다.

기사 이미지

샘표를 창업한 고(故) 박규회 전 회장은 함경남도 출신의 실향민이다. 1946년 서울 충무로의 ‘삼지장유 양조장’을 인수해 간장 공장으로 개조하고, 자신처럼 집에서 장을 담그기 어려운 실향민들을 위해 대량 생산하는 간장을 만들었다. “내 가족이 먹지 못하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가 그의 신조였다. 콩과 밀을 섞은 일본식 간장 대신 100% 콩으로 만든 천연 양조간장을 만들고 ‘샘처럼 솟아나라’는 뜻을 담아 샘표라는 상표도 붙였다. 54년 등록한 ‘샘표’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상표 중 가장 오래됐다.

고유의 육각형 응용해 전통맛 표현
슬로건도 ‘우리맛 연구중심’으로

2000년대에도 불렸던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면 맛을 아는 샘표 간장” 이라는 유명한 CM송은 61년 가수 김상희씨가 처음 불렀다. 샘표는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국내 간장 시장 1위를 뺏긴 적이 없다. 현재도 점유율 50~60%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약 2600억원이다.

85년 소규모 간장 업체가 위생이 불량한 시설에서 간장을 만들어 판 사실이 알려지면서 ‘간장 파동’이 일어났을 때 샘표도 위기를 겪었다. 당시 2세 경영인인 박승복(94) 회장이 직접 TV 광고에 나가서 “우리집 식구는 40년 동안 샘표 간장 먹고 건강하다”고 소비자를 설득 했다.

현재는 박진선(66) 대표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서울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대학교수 생활을 한 박 대표는 연구 개발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번에 CI를 교체하면서 슬로건도 ‘60년 발효명가’에서 ‘우리맛 연구중심’으로 바꿨다. 현재 샘표 임직원의 20%가 연구직이다. 2013년에는 충북 오송에 국내 첫 발효전문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했고, 세계 76개국에 ‘SEMPIO’ 브랜드로 간장·된장 같은 장(醬)류와 각종 소스를 수출하고 있다.

2011년 스페인의 요리과학연구소인 알리시아와 공동 연구를 하는 등 해외에 한국의 장과 발효문화를 알리는 ‘장 프로젝트’를 진행, 스페인·프랑스·벨기에 등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 200여 곳에서 샘표의 장을 쓰고 있다. 최근엔 미국과 중국으로 이 프로젝트를 확대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