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로 진경준(49·구속) 당시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각으로 120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그가 ‘좋은 친구’(김정주 NXC 대표)를 둬 비상장 주식 취득 기회를 얻었던 것으로 국민은 짐작했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와 이금로 특임검사팀의 수사로 그가 주식을 공짜로 받고 김 대표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 특임검사팀이 진 전 검사장을 구속한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조선일보는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땅을 김 대표가 창업한 넥슨이 1326억원에 사 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진 전 검사장이 우 수석 처가와 넥슨을 연결해 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우 수석이 진 전 검사장 덕에 땅을 팔고 진 전 검사장 승진 때 주식 문제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병우 처가 땅 거래에서 시작
진경준 개입했나 특혜 있었나로 확산
지난달 21일 이석수 특별감찰 돌입
‘감찰 내용 유출’ 보도로 반전
결국 모두 검찰로…결말 예측불허
민정수석실이 진 전 검사장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했다는 비난을 받을 때라 파장이 컸다.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우 수석은 “처가 소유의 부동산 매매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한 뒤 조선일보를 고소했다. 이후 우 수석과 그의 처가 관련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됐다. 그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장 출신 홍만표(57) 변호사와 관련된 부분도 있었다.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는 ‘깜깜이 변론’을 공동으로 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간부 출신인 진경준·우병우·홍만표 세 사람의 이름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실의 감찰 필요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우 수석의 현직 신분을 고려할 때 감찰관실이 먼저 진위를 파악하고 검찰에 공을 넘기는 게 순리라는 것이었다.
우 수석은 7월 20일 청와대 기자들을 만나 직접 설명했다. 하지만 땅 거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던 앞선 해명을 바꾸는 바람에 논란을 키웠다. “장모님의 부탁으로 (계약서 작성 장소에) 갔다. 주로 한 일은 장모를 위로하는 것이었다”는 말은 비난을 불렀다. 이어 계약 자리에 동석한 사실도 드러났다. 의경으로 근무 중인 아들이 ‘꽃보직’으로 불리는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근무하며 다른 의경보다 외박과 외출을 자주 했다는 사실도 우 수석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결국 7월 21일 이석수(53) 특별감찰관의 감찰이 시작됐다.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 탈세 의혹, 아들 의경 복무 특혜 여부, 부실 인사 검증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특별감찰관법상 감찰은 통상 한 달 내에 끝내도록 돼 있어 이달 19일께 감찰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특별감찰관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당사자와 언론의 관심이 쏠리던 지난 16일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 줬다’는 보도였다. 이를 주장한 MBC는 ‘특정 언론사’가 어디인지, 기자와 이 특별감찰관의 대화 내용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로써 ‘우병우 주연, 진경준·홍만표 조연’의 1막이 끝나고 ‘우병우·이석수 투 톱’의 2막이 시작됐다.
이 보도는 두 가지 논란을 동시에 낳았다. 하나는 ‘감찰 내용 유출’ 의혹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감찰 관련 정보를 ‘특정 언론사’에 누설했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MBC가 보도한 이 특별감찰관의 말에는 감찰 방향과 결론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언론사 사찰 의혹’이다. 이 특별감찰관과 기자가 나눈 대화의 내용을 정보기관이 입수해 MBC에 전달한 것 아니냐는 의문과 관련된 일이었다. 이 특별감찰관은 MBC에 보도 경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청와대나 정보기관이 특별감찰을 무력화하려 한다는 야당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 특별감찰관은 MBC가 후속 보도까지 한 다음 날인 18일 우 수석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전격적인 일이었다. 청와대는 바로 다음 날인 19일 “특정 언론에 감찰 내용을 유출한 것은 중대한 위법 행위이자 국기를 흔든 일”이라며 사실상 검찰에 이 특별감찰관 수사를 촉구했다. 당사자인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검사 ‘주식 대박’ 사건에서 시작해 ‘실세 수석’ 의혹으로 불거지고, 청와대와 청와대가 임명한 특별감찰관의 대립으로까지 전개된 ‘우병우 드라마’ 무대는 이제 검찰청으로 옮겨졌다. 검찰은 곧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결말은 예측불허다.
▶탄생 배경 : 박근혜 대통령 공약(측근 비리 대책)
▶도입 : 2014년 3월에 법 제정해 6월에 발효
▶출범 : 대통령 직속 기구로 2015년 3월 출범
▶조사 대상 : 대통령 가족, 4촌 이내 친족,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권한 없음)
▶보안 의무 :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과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됨(특별감찰관법 22조)
오이석 기자 oh.i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