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1993년 음주운전 사고…부끄러워 신분 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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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58·사진) 경찰청장 후보자가 1993년 음주운전 사고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관 신분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문회서 징계 안 받은 이유 밝혀
“우병우 아들 특혜 관여한 바 없다”

이 후보자는 18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조사를 받을 때 너무 정신이 없고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징계를 받은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당시 수사 기록 제출을 요구하고 징계 여부에 대해 추궁한 끝에 나온 반응이었다.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감봉·정직 등 징계를 받는다. 이는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이 후보자는 신분을 감춰 징계를 면했다.

이 청장의 ‘자백’ 이후 여야를 막론한 비난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음주운전 후 신분을 밝힌 다른 경찰관들은 강등이나 해임되고 심지어 옷을 벗은 경우도 있다. 후보자는 신분을 속이고 조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해 이 자리(청장 후보자)에 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논란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우 수석 아들이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운전병으로 배치될 당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이던 이 후보자가 관여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관여한 바 없다. 청와대에서 우 수석을 오가며 본 적은 있지만 (우 수석이) 민원을 제기한 일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은 경남경찰청장 시절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지휘한 것과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때 KBS에 경찰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과잉 대응이 아니었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문회는 오후 7시쯤 끝났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국회가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대통령이 경찰청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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