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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황교익 "청와대, 헛제삿밥 유래를 아는가?" 호화오찬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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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황교익 씨.

저명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가 초호화판 메뉴라는 비판을 받은 청와대 오찬에 대해 식문화(食文化)적으로도, 국민소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19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시사전망대'에 출연, "동물 복지나 윤리적 측면에서 봐도 샥스핀(상어 지느러미)은 더 이상 먹으면 안된다는 게 전세계인들의 상식이다. 요리사들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호텔에서도 요즘 샥스핀 요리는 내놓지 않는다"며 "청와대에서 오찬 메뉴를 정할 때 그런 점을 고려하고 반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또 "청와대 행사나 정치인이 먹는 음식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평소에 무엇을 먹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통해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생각하고 먹게 된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육영수 여사가 해주는 칼국수를 즐겨먹고, 막걸리를 같이 마시는 등 그런 것으로 서민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데 굉장히 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청와대 오찬에서처럼 샥스핀, 송로버섯, 랍스터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듯이 하는 일은 많지도 않고, 아주 특이한 일이다. 조선 양반들도 이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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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샥스핀 찜.

그러면서 황씨는 안동의 헛제삿밥의 유래를 설명했다.

그는 "양반들이 음식을 지지고 볶고, 담장 너머로 음식 냄새를 피우며 먹는 게 밥 굶고 있는 주변의 평민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었기 때문에, 제사 음식을 만든다는 핑계를 댔다"며 "그냥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것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그런 것을 '염치'라고 한다"며 "우리 염치있게 정치합시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이번 청와대 오찬이 생활고와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의 눈높이와는 아주 많이 동떨어진 것이란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한편 이와 관련,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만찬 메뉴로 샥스핀 등이 올라온 것에 대해 비판하는 논평을 냈던 것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4년 5월 29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 및 중앙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이 만찬에 대해 "포도주에 샥스핀 수프, 기름진 음식, 달짝지근한 술, 노래 그리고 춤…. 먹고 마시고 춤춘 청와대 만찬장의 모습을 국민들은 한숨과 절망으로 지켜봤다"며 "경제 위기가 아니라 경제 참상의 시대인데, 입으로는 국민이 두렵다면서 국민의 고통과 절망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논평 제목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였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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