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거리 짧은 리우 골프장, 우승 열쇠는 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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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으로 올 시즌 내내 기대에 못 미쳤다. 리우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사람이 우려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왜 그가 사상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훌륭한 선수인지를 실력으로 보여줬다. 극심한 부담감과 부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뜻한 출발을 했다.

JTBC골프 해설위원 박원의 관전평
최종라운드 각국 팬 몰려 응원
압박감 견디고 집중력 유지 중요

화끈한 몰아치기로 흔히 ‘모 아니면 도’ 라는 평가를 받는 김세영도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태극기를 보면 피가 끓는다”고 했던 전인지도 무난하게 출발했다. 다만 양희영은 심장마비로 쓰러진 캐디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을 법 하다.

1라운드 결과 6타 차 내에 36명의 선수들이 포진했고, 세계랭킹 톱10의 선수들 가운데 9명이 다 그 안에 있다.

리우 올림픽 골프코스는 무척 짧은 편이다. 아무리 강한 바람이 분다 할지라도 좋은 스코어가 많이 나온다. 특히 브룩 헨더슨과 전인지가 그랬듯이 타수를 많이 잃더라도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많은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결국 퍼트가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정확한 퍼트 실력을 갖춘 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리디아 고는 여전히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2위까지 뛰어오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도 금메달리스트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미국의 기대주 제리나 필러, 렉시 톰슨, 스테이시 루이스 그리고 링크스 코스에 강점을 보이는 영국의 찰리 헐 등도 주목해야 한다.

나흘 간의 남자 대회를 치른 뒤 같은 장소에서 여자 대회가 열린다. 마지막 라운드가 열리는 토요일에는 코스 상태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더구나 마지막 날엔 각국의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많은 팬들의 환호성 속에서 선수들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압박감과 싸워야 할 것이다.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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