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천명의 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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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시에 사랑하는 어린 자식을 잃고 애간장을 태우는 부모의 심정, 졸지에 부모를 생이별하고 낯선 사람이나 고아원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의 마음처럼 안타깝고 쓰라린 것이 또 있을까.
올해 들어 미아를 찾아 주자는 움직임이 민과 관에서 동시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주부클럽 연합회가 지난 1월초부터 잃어버린 아이 찾아 주기 운동을 올해 1년 지속 사업으로 벌이기로한데 이어 한 월간지가「잃어버린 아이를 찾아 줍시다」라는 무료광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각 사회단체와 관계 기관들이 맡아 온 미아 찾기 사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보사부가 한국인명구조 봉사단과 함께 오는 5월 서울 성동구 마장 동에 개설키로 한「미아 찾기 만남의 광장」도 이러한 범국민적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운동을 계통적으로 일원화했다는 점에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전국 2백80여 개 아동복지 시설에 수용돼 있는 미아 수는 무려 2만4천5백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매일 10∼20여건의 미아신고가 관계기관에 접수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이는 마땅히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업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아 찾기 운동이 유기성이 없이 사회단체별로 전개됐기 때문에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웠다.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창구의 일원화와 전국적인 연락망이 필요했다. 이 미아 만남의 광장은 이러한 결함과 비능률을 보완하는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앞서 서울 신당1동 동사무소에 설치됐던 미아 만남의 광장을 통해 상당수의 어린이가 부모를 찾은 실적은 이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미아의 발생 원인은 대충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단순한 미아와 가출, 기아 및 타인에 의한 유괴 등이다.
유괴의 경우는 특정한 목적을 노린 범행이므로 치안 적 차원에서 문제가 되겠으나, 나머지 원인은 한결같이 부모 자신들의 부주의나 윤리적 부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들의 피와 살을 나눈 자식들에 대한 보호의 1차적 책임은 전적으로 부모가 져야 하는 것이다.
그 책임의 정성스런 이행은 부모 된 사람으로서의 도리요, 피해서는 안될 의무임을 보다 절실히 자각하고 명심해야 할 일이다.
미아에 대한 범사회적 공동대처도 중요하다. 집 잃은 어린이의 부모를 찾아 주는 것을 관계기관이나 단체의 일만으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웃에 낯선 아이가 발견되면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부모에게 돌려주는 일에 국민 모두가 적극성을 갖고 나서야 한다.
보호시설에 수용중인 미아는 신상명세와 사진을 구비하여 전담기관이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전국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타 가정이나 해외에 입양되는 어린이들도 신상자료와 사진을 관계기관에 영구히 비치토록 해서 친부모가 그들의 행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치안당국도 미아 또는 유괴 전담반을 설치하여 조사의 지속성과 전문화를 기할 필요성은 절실하다.
이러한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미아 찾기 내지는 미아 예방조치를 취함으로써 피붙이끼리의 생이별이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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