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리와 국내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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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통화의 환율과 금리가 계속 기록을 경신하면서 큰 폭으로 변화하고 있어 보다 면밀한 관찰과 기민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주이래 국제통화시장에서 나타난 최대의 변수는 이른바 협조적 금리인하 조치였다. 국제금리는 지난해의 G5 합의이후 비교적 순조로 왔던 통화조정과는 달리, 각국의 사정과 이해가 엇갈려 공동보조가 어려웠던 부문이었다.
각 국의 경기수준이 판이하고 인플레압력도 나라마다 달라 금리정책의 공동보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이루어진 직접배경은 아무래도 유가하락과 이에 따른 인플레우려의 감소, 그리고 통화조정결과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워싱턴의 G10 회담이후 잇달아 나타난 미·일·영의 연쇄적 금리인하는 무엇보다도 현시점에서 금리의 공동인하가 세계경제의 동시회복에 유익하다는 합의를 전제하고 있는 점, 그리고 그 인하수준이 일본은 전후 최저, 미국은 8년만의 최저기록이었다는 점 등이 특히 주목을 끈다.
재정적자보전과 달러강세를 위하다 보니 의도적으로 고금리를 유지해 왔던 미국은 G5합의 이후보다 현실적인 자세로 돌아섰고 달러 약세 화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금리를 내리는 편이 유익할 것이다. 유가인하로 자국내 긴축논자들, 특히 연준의 입장이 누그러진 요인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번 재 할인율 인하로 2차 대전 이후 최저 금리시대에 들어섰다.
올 들어 세 번째인 이번 인하는 물론 엔고에 따른 국내적 대응의 측면 외에도 오는 5월의 동경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협조자세의 과시이기도하다. 그러나 이번 인하는 엔고에 따른 디플레저지효과보다는 훨씬 먼저 통화시장을 자극, 거꾸로 엔화의 폭등을 몰고 왔다.
이로 인해 엔화시세는 동경시장에서 변동환율제 채택이후 최고기록으로 뛰었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으로 하여금 엔 안정을 위해 또다시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제4차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고 보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는 적어도 예측 가능한 중기전망으로는 계속 약세권을 유지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금리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고 당분간 그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경우 국내의 고금리유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아직 투자수요가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투자무드가 살아날 경우 내외간의 금리격차확대는 의외로 우리의 국제수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국내금융공급이 긴축으로 애로에 직면할 경우 금리가 싼 외자의 유인이 크게 늘어나 외채를 오히려 누적시킬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된다.
당면한 투자회복의 필요성이나 어려운 국제수지사정 등 어느 모로 보나 국내 금리정책의 경직적 연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금리정책은 보다 신축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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