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2개국의 서울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88년의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나라 전체가 그 준비에 부산하다. 더욱이 5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까지 겹쳐 해당 부서와 조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그 준비과정의 하나로 21일부터 서울에서 열린 ANOC(세계올림픽연합회)제5차 총회는 단순한 스포츠 국제회의라는 의미를 넘어 각별한 뜻을 갖는다.
이 총회는 물론 ANOC 자체의 내부적 협의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나 특히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프로선수의 올림픽참가 공식허용문제를 비롯해서 사전 검토와 조정해야 할 사항을 다룬다는 실무적인 차원에서의 중요성을 갖는다.
원칙적으로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는 달리 각 국 NOC가 평등하게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더 강한 이념적 대림이나 실질적 이해가 선명하게 상충되는 면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 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동서관계의 부화라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온전한 개최가 불가능했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이번 ANOC 총회가 갖는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될 것 같다.
현대에 있어서 국제적인 스포츠교류는 단순한 스포츠행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실례를 우리는 보아 봤다. 스포츠 행사가 단절돼 있던 국교를 다시 잇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국가관계의 긴장을 해소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그런 시각에서 각 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또 다른 세계질서의 정립과 화해의 모색에 기여할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긴장과 분열로 치닫기만 하는, 국제사회를 이해와 결속의 장으로 만들 의무와 책임이 이번 ANOC 총회에 부과된 명제임을 강조하고 싶다. 반쪽으로만 계속 돼 온 올림픽이 서울대회를 계기로 온전한 올림픽으로 제 모습과 역할을 회복하도록 각국 대표는 협조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한다.
북한을 비롯, 쿠바, 알바니아, 라오스,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마다가스카르. 니카라과, 통가 등 9개국을 제외한 세계 1백52개 국가대표들이 참가하는 이번 ANOC총회는 우리가 주최하는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국제행사임을 생각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개최 예정 지를 바꾸면서까지 무려 10억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유치한 행사인 만큼 그만한 값어치를 얻어내야겠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외형적 이미지 부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인심 좋고 친절한 나라라는 서비스정신의 발휘 못지 않게 올림픽 개최 국으로서의 당당한 자존심과 실리추구 역 운을 유감없이 보여주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