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도핑 의혹 벗고 나홀로 출전…러시아 바비인형, 멀리뛰기 결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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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트랙 위의 바비 인형’ 다리야 클리시나(25·러시아·사진)가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 진출했다.

경기 전날 출전금지 처분 풀려
러시아 육상선수 중 유일한 참가

클리시나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러시아 육상 선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조직적인 도핑을 시도한 러시아 육상 선수 전원에게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나설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선수 68명이 출전을 요청했지만 허락을 받은 건 클리시나가 유일했다. 클리시나가 3년 전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주해 러시아 선수들의 조직적인 도핑과는 무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신 개인 자격이기 때문에 러시아 국기를 달 수 없고, 우승해도 러시아 국가는 연주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클리시나는 리우에 도착한 뒤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했다. IAAF가 클리시나 역시 도핑 의혹이 있다며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클리시나는 즉각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CAS는 경기 전날에야 클리시나의 출전 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힘겹게 올림픽에 나선 클리시나는 17일 열린 예선 1차 시기에서 6m64㎝를 기록한 뒤 2, 3차 시기에선 실격당했다. 개인 최고인 7m5㎝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위로 12명이 나서는 결선에 진출했다. 클리시나는 “지난주 내내 가슴 졸이며 제소 결과를 기다렸다. 연습도 하지 못하고 가볍게 워밍업을 하는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클리시나는 18일 오전 멀리뛰기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클리시나는 극적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지만 ‘도핑 왕국’ 러시아의 도핑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IOC는 17일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채취한 러시아 여자 육상 선수 율리야 체르모샨스카야(30)의 샘플에서 스타노조롤(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스테로이드의 일종)과 튜리나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800m 계주 금메달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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