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규제완화 ↔ 건설업체 기부채납 ‘빅딜’…주택난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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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남 거제시가 3.3㎡(1평)당 건축비 360만원 정도만 들여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부지비용은 한푼도 들이지 않는다.

도시계획 변경해 아파트 짓게 하고
개발이익 상당 토지 기부받아 확보
건축비 360만원에 임대아파트 공급
‘서민위한 정책’ 공익성 인정받아

비결은 부산의 건설업체인 평산산업㈜에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일부 농림지역의 도시계획을 바꿔 아파트를 짓게 해주고 개발이익에 상당하는 부지를 기부채납 받아 임대아파트를 짓는 ‘빅딜’을 해서다.

거제시는 문동동 353-20번지 일대 양정·문동지구 3블록(1만5785㎡)에 영구임대 전용 27㎡(12평형) 200가구, 국민임대 전용 41㎡(18평형) 375가구 등 575가구를 다음달 착공한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면서 3.3㎡당 건축비 360만원에 조달청에 공사계약을 의뢰했다. 완공예정은 2018년 말이다.

완공되면 영구임대는 보증금 200만원에 월 4만원, 국민임대는 보증금 2200만원에 월15만원의 임대료를 검토하고 있다. 보증금· 임대료는 법령에 정해져 있어 특별히 싸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제시 일대 원룸의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 40만원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문동동 일대 개발대상은 총 15만1096㎡. 이 가운데 거제시는 평산산업에서 기부받은 2만4096㎡ 가운데 1만5785㎡에 임대 아파트를 짓는다. 나머지 8311㎡에는 행정·경찰·소방공무원 등의 통합숙소를 지을 계획이다. 평산산업은 이들 부지의 조성비도 부담했다.

대신 평산산업은 7만1654㎡에 전용면적 73~103㎡까지 아파트 1279가구를 지어 분양한다. 나머지 부지는 도로·공원 등 공공시설용이다. 평산산업은 지난해 5월 공사에 들어가 2018년 3월 완공할 예정이다.

원래 거제시와 평산산업의 부지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농림지역 5만2803㎡가 포함됐다. 양 측의 부지에 걸쳐있던 땅이다. 하지만 시는 2013년 3월 평산산업과 협약을 해 2014년 9월 이 부지에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게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꿔줬다.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지자 평산산업 측은 시에 부지 2만4096㎡를 기부했다. 시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임대아파트 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 사업 초기에는 시민단체 등의 ‘특혜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심사와 국토교통부의 국고보조금 교부결정 과정에서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공익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났다. 시가 아파트 건립비 525억원 가운데 국비 283억원을 지원받은 이유다. 나머지 사업비는 시비 156억원, 임대보증금 86억원이다.

이 사업은 한국매니페스토실전본부가 지난달 20일 서울시립대에서 주최한 2016 매니페스토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에 선정됐다. 행정기관이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돌려받아 서민용 아파트를 건설하는 새로운 개념의 개발이익 환수모델로 평가받은 것이다.

권민호 거제시장은 “거제는 높은 아파트 분양가와 지속적인 전세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내집마련 기회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저소득층에 내집마련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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