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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엔 총명탕, 2000년대 들어서 비타민A·홍삼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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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 보약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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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H건강원에서 물개즙을 만드는 모습. 한 솥을 끓이면 네 달치(240봉지)분량이 나온다. 김경록 기자

‘장기간 복용하면 하루에 1000마디 말을 외우고 건망증을 치료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쓰인 총명탕의 효능이다. 총명탕은 조선시대 과거(科擧)시험을 준비하던 유생부터 학력고사를 앞둔 수험생까지 애용해온 가장 오래된 ‘수능보약’이다. 보통은 감초를 달인 물에 약재인 백복신과 원지, 생강즙에 담가 말린 석창포를 넣어 만든다.

제1차 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993년에는 캡슐형 보약이 등장했다. 한일양행의 황록원(皇鹿元), 건풍제약의 녹우반(鹿牛反) 등 살모사·우황·녹용을 캡슐형 알약에 담은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가격은 캡슐 하나 당 1000~2000원으로 고가였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2000년도에 들어서는 알약 비타민의 인기가 높아졌다. 장시간 책을 보는 수험생들을 위해 눈에 좋은 비타민A와 베로카로틴이 함유된 비타민제, 두뇌활동에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E 등이 인기를 끌었다. 학구열이 뜨거운 강남 학부모들은 센트룸 등 미국산 종합비타민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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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홍삼이 수능보약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피로회복, 면역력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한 겨울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앞 다투어 홍삼을 구매했다. 시장에는 캡슐형 홍삼부터 떠먹는 홍삼 농축액까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쏟아졌다.

2010년부터는 기상천외한 보약들이 등장했다. 은행나무추출물인 진코발과 비타민C·엘카르티닌·글루타치온 등을 섞어 만든 ‘두뇌활성주사’, 멸종위기에 놓인 하프 물범을 달여 만든 ‘물범탕’, 금박을 입힌 개 당 5만원 가량의 ‘SKY환(丸)’ 등 다양한 형태의 수능보약이 현재도 판매되고 있다.

김민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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