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분단국」…우호 협력의 새 장 열자"|전 대통령 서독 방문하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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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수상만찬>
【본=고흥길 특파원】전두환 대통령 내외는 방독 첫날인 10일 저녁「콜」서독 수상내외가 레두트 연회장에서 베푼 공식 만찬에 참석, 수교 2세기에 접어든 양국간 우호와 협력의 증진을 다짐했다.
연미복 차림의 전 대통령은 이날 엷은 미색 한복을 입은 영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만찬시작 3분전 연회장에 도착, 현관 밖에까지 나온「콜」수상 내외의 영접을 받고 현관 안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현관 왼쪽 홀에서 칵테일을 들며 약 5분간 환담.
전 대통령 내외는 이어 옐로 룸으로 자리를 옮겨「콜」수상 내외와 함께 양측 초청인사 1백20명을 접견한 뒤 만찬 장에 입장.
이날 만찬은 5개의 샹들리에와 촛불로 은은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콜」수상의 만찬 사와 전 대통령의 답사를 먼저 듣고 식사를 하는 형식으로 2시간 여 동안 진행.
거구의「콜」수상은 만찬 사에서『22년만에 다시 대한민국의 국가원수가 본국을 방문해 주신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며『저희는 한국이 유럽과 독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아-태 지역의 대표적 국가의 하나인 점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인사.
전 대통령은「콜」수상의 건배에 이어『본인은 특히 수상각하께서 탁월한 경륜과 영도력으로 국내적으로 안정기반을 구축하고 동서긴장의 완화를 통한 세계 평화의 창달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계신데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라는 인사말을 서두로 답사를 한 뒤「콜」수상 내외의 건강과 서독의 발전 및 양국의 영원한 우의를 위해 건배하자고 제의.

<독일도착>
전 대통령은 10일 상오11시(한국시간10일 하오6시)섭씨2도의 쌀쌀한 날씨에 진눈깨비가 뿌리는 가운데 구주 4개국 순방 두 번 째 공식 방문 국인 독일의 쾰른 본 공항에 안착, 정순근 주독대사의 기상영접을 받았다.
검은 색 코트의 전 대통령은 노란색 두루마기 차림의 영부인과 함께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트랩을 내려오면서 양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2백 여명의 재 독 교민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
전 대통령은 트랩 밑에서「폰·데어·슐롄브루크」외무성 의전장의 영접을 받고 붉은 카피트 양 폭에 도열한 도열병 사이를 통과.
전 대통령은 이어「클라이너」주한 독일대사 내외와「에른스트」외무성 의전 담당관등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교민 화 동으로부터 꽃다발을 증정 받았다.
전 대통령은 교민 어린이의 손을 잡아 주며『추운데 나왔구나, 손이 시리구먼 그래』라면서 허리를 굽혀 어린이들에게 뺨을 대고 안아 주기도 했다.
전 대통령은 이완희 한인연합회장 내외와 여우종 평통 구주 지역협의회장 내외 등 교민대표의 인사를 받은 뒤 한복차림으로 피킷과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을 환영하는 교민들에게『감사합니다』라며 답례.
전 대통령 내외는 이어 공항에서 헬기 편으로 환영 행사가 열릴 독일 대통령 궁으로 향했다.

<양국 대통령 환담>
전 대통령 내외는 헬기로 대통령 궁 인근에 있는 라인아우어 공원에 도착한 뒤 승용차 편으로 환영행사가 거행된 대통령 궁으로 직행.
전 대통령내외는 대통령 궁내 본관 건물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바이츠제커」대통령내외의 영접을 받은 뒤 우리측 수행원 등 양측의 고위인사를 서로 소개했으며 이어 양국 대통령은 사열대에 등단.
이날 사열식은 비가 내리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숙하고 정중한 분위기 속에서 약10분간 진행되었으며 외부행사였던 관계로 양국 원수는 모두 코트 차림으로 참석.
환영 식이 끝난 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궁으로 들어가면서 입구에 차려진 방명록에『대한민국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서명했고 영부인도 서명.
이어 양국 대통령은 서재에서 잠시 환담했는데 먼저「바이츠제커」대통령이『외빈을 모시는데 날씨가 나빠 미안하다』고 인사한 뒤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국내외 기자들을 가리키며『각하의 독일방문에 언론이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이렇게 많이 온 것』이라고 설명.
전 대통령은『각하 내외의 초청과 성대한 환영에 감사드린다』면서『비가 내려도 폭우처럼 많이 오지 않아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답례.
양국 대통령은 곧 보도진을 내보낸 뒤 약 30분간 단독환담을 했으며 이어「바이츠제커」대통령 주최로 양국에서 36명이 초청 된 오찬에 참석. 오찬에서「바이츠제커」대통령은『우리는 그 어느 민족보다 한국민족의 분단의 고통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서『양국 국민들의 분단극복을 위한 염원이 실현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
이에 대해 전 대통령은 답사를 통해『우리 양국은 1세기에 걸친 우호를 바탕으로 제2차대전후에는 같은 분단국으로서 각별한 이해와 협력을 다져 봤다』고 상기.
전 대통령은『수교 2세기의 문턱에서 우리 두 나라가 아시아-태평양과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가교가 되어 다가올 21세기에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공동보루가 될 것을 제의한다』고 말하고『본인의 이번 방문이 양국 우호 협력관계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을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피력. 한편 전 대통령의 방문을 맞는 독일정부는 대통령 경호에 만전.
전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내린 라인아우어 공원에서 약 3km에 이르는 대통령 궁 까지는 모든 교통을 통제했으며 기마 경찰까지 동원한 가운데 도로 연변에는 몇 십m 간격으로 경찰들이 늘어서서 경비.

<영부인 간호원 접견>
영부인 이순자 여사는 10일 하오(한국시간 11일 상오)숙소인 영빈관에서 재독 한인간호요원 회 대표 10명을 초청, 다과를 함께 하며 1시간20분 동안 담소.
영부인은『워낙 바쁜 스케줄에 피로가 겹치지만 이역만리에서 고생하시는 여러분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사.
영부인은 간호원 대표들이『17년 전 독일 땅을 밟았을 때는 한국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이제는 공항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길거리마다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니 한국인으로서의 뿌듯함을 느낀다』며 눈물을 머금자』우리는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살아 나가자』고 격려.
영부인은 이날 낮「바이츠제커」대통령 내외와의 오찬 때『이곳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친절한 사람은 한국간호원』이라는 서독 대통령의 칭송을 받았다고 전언.
한편 영부인은 11일 상오(한국시간 11일 하오)엔「베토벤」의 생가를 방문하고 하오에는 이곳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다과를 베풀 예정.

<영국출발>
전 대통령 내외가 3박4일간의 영국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영국을 떠난 10일 상오(한국시간10일 하오) 런던 히드로 공항에는 비가 뿌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영 양국의 많은 환송객들이 나와 따뜻하게 전송.
대형버스 4대에 나눠 타고 온 재 영 교민들은『감사합니다 전두환 대통령각하 내외분, 안녕히 가십시오』등 석별의 정이 담긴 플래카드와 전 대통령의 사진이 든 피킷을 들고 환송.
전 대통령은 이날 상오 8시40분(한국시간 10일 하오 4시40분)히드로 공항에 도착, 영국외상의 특별대표「스토」경 및「코원」외빈 영접국장의 영접을 받고 귀빈실에서 잠시 휴식.
전 대통령은 귀빈실에서 나오면서 환송 나온 교민들에게『추운데도 이렇게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인사하고 트랩 앞에 줄지어선 한영 양국인사들과 작별인사를 한 뒤 트랩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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