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로 수출은 늘지만 부품·원자재 수입에 큰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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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은 활기를 띠고 있으나 일본에서 부품과 원자재를 수입 해다 쓰거나 엔화 차관을 얻어 설비 투자를 한 기업들은 부담이 늘고 있다.
기계 부품과 전자 부품의 경우 대부분이 애당초부터 엔화로 값을 치르도록 계약이 되어 있어 엔화가 오른 만큼 앉아서 추가 부담을 떠 안고 있는 실정이며 달러가 결제 기준인 원자재의 경우에는 일본측 회사들이 자기들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31일 상공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간 60만t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철강재 핫코일의 경우 t당 가격을 종래 2백42·5달러에서 2백62달러로 19·5달러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 업계는 5달러 선에서 일본측의 인상 요구에 응할 계획이다.
한편 인조견의 원료인 비스코스레이온의 경우 채산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최근 기존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4월 이후의 대한 수출 가격을 종래 파운드 당 47센트에서 62센트로 32%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이에 대해 대농 등 국내 관련 업계 측은 6월말까지 재고를 확보해 놓고 있으며 대체재인 원면 값이 하락세에 있고 정 안되면 가동을 중지하고 있는 원진레이온을 재 가동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크릴의 주원료인 AN 모노머의 경우에도 대량 구매처인 한일합섬 등에 인상 압력을 계속 넣고 있으며 양장지의 안감으로 쓰이는 아세테이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편 일본으로부터의 부품 수입을 대부분 엔화로 결제하고 있는 전자 업계 경우는 엔화 강세에 따라 30∼40% 가량 추가 부담이 생기는 바람에 전체 제조 원가 면에서 평균 10% 이상의 비용 상승 부담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일본 마쓰다와 기술 제휴를 맺고 Y카 개발을 진행시키고 있는 기아 산업의 경우 엔화강세에 따른 상당한 추가 부담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프린터 등 일부터 부품류에 있어서는 IBM등 미국 회사들과의 경쟁 관계 때문에 오히려 엔화 표시 가격을 내리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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