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용기의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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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일은 크리스천들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이다.
부활절은 흔히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벌써 기원 3백년 때 「레오」 1세는 「유일한 위대한 날」로 규정하고 341년 안티옥 교회 회의는 「거룩한 절기, 우리의 구속의 파스카 (부활절)」라고 했다.
그것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유대인의 유월절 (페사르) 절기에 이루어진 것을 뜻한다. 절기가 바뀌는 계절에 맞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가장 행복한 날로 전화되었음을 뜻한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비 크리스천 일지라도 인류의 고통과 절망을 대속하는 희망과 용기의 상징으로생각해 볼 수 있다.
부활절을 뜻하는 영어 이스터가 봄과 새벽의 여신의 이름이란 것도 의미 깊다.
예수의 죽음은 현세적인 불의를 대변했던 로마의 강권과 「헤롯」의 착취, 그리고 거기 기생하였던 종교 지도자들의 음모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활은 그같은 불의가 손쉽게 극복되는 것의 상징이다. 죽음의 고난을 극복한 영광의 증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결국 의로운 자의 고난에 동참하는 자들만이 영광에 참여할 수 있으며 구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현세적 불의의 권력은 예수의 죽음까지는 이룰 수 있지만 이는 참된 승리가 아니며 반대로 참된 삶을 추구하다 목숨을 잃는 사람은 비록 현세에서 박해를 받고 패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종말론 적으로는 승리자라는 사실의 증언이다.
이 세상에서 진실한 삶을 위해 애쓰는 이들은 절망과 고통의 나날을 겪어야 하지만 그 같은 시련을 극복하려는 희망과 용기를 촉구한 것이 바로 「부활」 의 뜻이다.
부활절은 고통과 절망을 인내로 극복하는 신념과, 억압과 불의를 진실과 정의로 타개하려는 용기를 촉구하는 날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둠을 헤치고 새벽은 오고 있으며, 겨울의 살벌한 추위를 녹이는 봄의 화사한 햇볕은 약하지만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케도 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부활절 메시지가 『오늘날 우리는 우리 주변의 불의를 보고도 이를 신속히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무기력과 좌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되새겨 봄직하다.
역사의 그 어느 때 보다도 악이 위세를 떨치는 이 위기의 시대에 세상을 치유하고 바로 잡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의로운 일이다.
역사의 현실에서 불의를 용납하지 않고 사랑과 진실의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기독교인만 일수가 없다.
올바른 삶과 좋은 사회 건설의 꿈은 인류의 공통의 지향이며, 사랑과 자비와 착함으로 고통과 절망의 인류를 구제하는 노력은 인류 자신의 자각과 책임일시 분명하다.
예수가 죽음과 부활 가운데서 보여주었던 영원한 정의·평화의 승리는 종교를 초월한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이 지금 다시 되새겨야 할 일이다. 봄과 새벽의 여신이 축복하는 부활절을 우리도 함께 축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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