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구리·우뭇가사리가 생명공학 만나니 ‘황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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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지네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는 실험 중인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준하 박사. [사진 농촌진흥청]

애기뿔소똥구리는 가축 배설물을 굴려서 먹이로 삼는 소똥구리과 곤충이다. 검은색에 길이가 20㎜ 가 되지 않는 애기뿔소똥구리는 가축 배설물로부터 나오는 유해 성분을 막아내는 생체 방어물질인 ‘코프리신 펩타이드’를 갖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코프리신 펩타이드 성분을 활용해 항균 원료를 개발했다. 이 원료로 화장품이나 병원용 재생연고, 가축의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농진청 ‘차세대 바이오그린21 사업’
예산의 40% 생명공학에 투자
곤충·가축 활용 신약 원료 개발

농진청은 우뭇가사리에 있는 성분이 고지혈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항산화제, 기능성 화장품, 사료 첨가제까지. 우뭇가사리의 활용 분야가 훨씬 넓어지게 됐다. 농진청은 삼육대와 함께 왕지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아토피 피부염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항생 물질 ‘스콜로펜드라신Ⅰ’도 개발했다.

이는 농진청은 9일 내놓은 ‘2011~2016년 농업 생명공학(BT) 분야 주요 성과’다. 농진청은 ‘차세대 바이오그린 21사업’을 중심으로 농업과 생명공학을 결합한 사업에 집중 투자를 했다. 2011~2015년의 농진청 예산 5조4699억원 가운데 39.7%인 2조1715억원이 연구개발에 투입됐다.

조남준 농진청 연구운영과장은 “세계 농식품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자유무역의 확대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보통신기술(ICT)와 생명공학을 융합한 농업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농업 관련 생명공학 시장 규모는 2012년 144억 달러(약 16조원)에서 내년엔 248억 달러(전망)로 확대될 전망이다. 해마다 10% 이상 고속 성장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이양호 농진청 청장은 “기술 개발의 범주를 전통적인 농업에서 고부가가치 기능성 식품, 의약, 바이오 소재, 바이오 에너지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며 “농업 생명공학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산업체를 잇는 산·관·학·연 공동 연구 협력망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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