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치자. 선택의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낄 경우 상대방은 치미는 부아로 그 일을 더 하려 한다. 미국 심리학자 잭 브렘이 설파한 ‘부메랑 효과’다.
요즘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대하는 일본 아베 정권의 정책이 딱 그 꼴이다. 아베 총리 측근들은 한국 정부를 향해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옮겨야 한다고 연일 공세다. 그뿐 아니라 지난 1월에는 아베의 최측근 보좌관이 워싱턴에 가서 “미국 내 소녀상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아베 정권은 한·미 정부를 움직이면 소녀상을 옮기거나 설치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 믿는 모양이다. 착각 중 착각이다. 국내 기념물들은 하나같이 민간 주도로 세워진 것이다. 국민 정서상 정부로서는 협조를 읍소하는 것 외에 손쓸 방법이 없다.
미국의 경우 글렌데일시에 들어선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소송이 지난 4일 캘리포니아 연방항소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게다가 재판부는 글렌데일시가 낸 전략적 봉쇄소송 금지 신청까지 받아들였다. 전략적 봉쇄소송이란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 또는 단체의 손을 묶어두기 위해 일부러 거는 재판을 뜻한다. 결국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 한 미국 내 소녀상 건립에 법적 시비를 걸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런 터라 아베 정권이 막으면 막을수록 역효과가 나 소녀상 건립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호주 시드니에서 해외에서는 세 번째인 소녀상이 세워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이달 중 국내 9곳에서 새로운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며 20여 곳에서 설립이 추진 중이라고 한다.
20세기의 양대 반인륜 범죄가 유대인 및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이다. 나치에 의해 살해된 유대인 700만 명을 기리는 기념관·기림비 등은 20개국 65개소, 20세기 초 200만 명이 오스만제국에 희생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관련 시설은 15개국 33개소에 이른다. 대부분이 해외 교민 힘으로 건립된 것들이다. 700만 한국 교민의 저력도 결코 이 못지않다.
아베 정권이 소녀상 확산을 원치 않으면 방법은 딱 한 가지다. “그만하면 됐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사과하고 또 사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3개에 불과한 해외의 소녀상이 삽시간에 수십 개로 늘어 일본의 얼굴에 먹칠을 할 것이다. 오늘 서울에서 한·일 외교 당국 국장급 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이런 공감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