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이유 있는 '그들만의 축제', 개막식 현장의 명과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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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축제의 시작을 알린 리우 데 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 화려한 퍼포먼스와 최고의 스타들이 함께하는 2016 리우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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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이 열렸던 마라카낭 경기장 안의 모습. 윤호진 기자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마라카낭 경기장 주변 도로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남성은 총에 맞아 있었고 옆에는 자전거가 넘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근처에 있었던 AP통신 기자는 사고현장 주변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원 모두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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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카낭 경기장 주변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 [사진 워싱턴 보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저는 개막식이 열리는 경기장 밖의 모습을 취재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내부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경기장 주변에 모일 많은 사람들의 열기를 느끼고 이모저모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무장한 경찰과 군 병력이 경기장 주변 전체를 통제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길목을 개막식 시작 3시간 전부터 통제했고 곳곳에 펜스를 둘러 경기장 진입을 어렵게 했습니다. 경기장 밖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올림픽 개막의 기쁨을 나눴지만 이동할 공간이 제한적이었기에 사람들은 금방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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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시작전만 해도 많은 인파가 모여있던 마라카낭 경기장 주변(위)이지만 저녁 9시가 지났을 무렵 모두 뿔뿔히 흩어졌다.(아래) 김기연 대학생 기자

치안문제와 테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실시한 조치임을 알고 있어 이해는 됐지만 김이 빠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놀 줄 아는 나라’ 브라질답게 꼭 경기장 내부가 아니더라도 많은 볼거리와 사람들의 밝은 모습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지만 현장은 ‘그들만의 축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사고 소식과 함께 개막식이 그들만의 축제였던 이유는 분명해졌습니다. 올림픽이라는 이름 아래, 경기장 바로 뒤편에 위치한 파벨라(fabela, 브라질의 빈민촌을 뜻합니다.)와 세계적인 총기 보유국 브라질을 잊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둘러친 군경들은 지나친 조치가 아니라 오히려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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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카낭 경기장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막고 있는 브라질 경찰. 개막식 티켓을 보여줘야만 들어갈 수 있다. 김기연 대학생 기자

리우 데 자네이루를 돌아다녀 보면 명과 암이 분명한 도시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화려한 자연 경관과 아름다운 해변, 세계적인 관광지 이면에는 곳곳에 자리 잡은 파벨라와 치안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올림픽 개막식 현장을 직접 보니 리우의 명과 암은 더욱 도드라지게 다가옵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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