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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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민우 신민당 총재와 김대중·김영삼 등 야권 3자의 기자회견은 86년 가을 개헌·87년 가을 대통령 선거·선거 내각구성 등 구체적인 정치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야권내부의 의견을 통합·정리한 단일 안을 내놓았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제안은 민정당이 89년 개헌을 당론으로 공식화하는 등의 움직임·입장 등에 비춰볼 때 여권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거의 명백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대결의 선언」이란 인상을 주고 있으며, 기선제압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이번 3자 회견에서는 지난 4일 신민당 총재단 회의를 거쳐 발표된 「87년 3월까지 개헌」 을 「금년 가을」까지로 앞당긴 대목과 현행 헌법하의 대통령 선거에는 불참 하겠다는 내용이 특히 주목된다.
이것은 야권 개헌추진의 주도권이 두 김씨에게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동시에 두 김씨가 「결전」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동안 3자간에는 민주화 일정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이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초 일본 산께이 신문과의 회견이래 『86년 8월 15일까지의 민주화 일정제시』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반면, 김영삼 고문은 『86년 봄 민주화일정 제시, 86년 안에 개헌』을 제시해 왔으며, 김대중씨만은 구체적인 일정제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정의 차이는 표면상 심각한 양상을 띤 것은 아니었으나 개헌시기를 보다 넉넉하게 잡은 이 총재 중심의 신민당 개헌기획위·총재단의 결정과 이를 앞당긴 두 김씨의 결정이 시사하는 입장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신민당 측이 협상의 여지를 더 넓게 잡았다고 할 수 있다면 두 김씨 측은 사태를 더 급박하게 몰고 가자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견을 주도한 김대중씨 측의 분위기가 그런 폭이 아닌가하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요컨대 두 김씨 측의 생각은 『당분간 계속 밀어붙이기』로 나간다는 작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 일정이 움직일 수 없는 「최후 통첩성」은 아닌 것 같다.
회견 후 제시된 『민주화 일정에는 다소 신축성이 있을 수도 있다』(이 총재), 『한 두달 늦춰질 수도 있는 것』(김대중씨) 등의 발언에서도 「금년 가을」의 시한이 꼭 구속력을 띤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가을」이란 기간의 포괄적 개념에서도 일정의 융통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을」이 아시안게임과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협상」의 시기를 분명히 해놓고 여권에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닌가 보이기도 한다.
회견에서 가장 주목 대상이 된 현행 헌법하의 대통령 선거 불참이란 대목은 여러 가지 함축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우선 개헌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그들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고, 현행 헌법으로 다음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어렵도록 한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
야권후보 없이 여권만의 간선제 대통령 선거가 된다거나, 이른바 들러리 성 후보와의 형식적인 경선을 통해 여당후보가 압승하는 선거모양이 된다면 여권에도 타격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불참」 대목은 야권의 한 카드 제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점들을 종합해 볼 때 3자 공동회견은 당분간 야권이 「전」쪽에 역점을 두어 밀어붙이겠다는 측면이 강하지만 「화」쪽도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며칠 전 신민당 측 발표에서 나왔듯이 개헌안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작성될 수밖에 없는 만큼 야권의 밀어붙이기도 결국은 여권으로부터 새로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력가중의 뜻이 크다고 볼 수 있다.
3월 임시국회에 대해서도 신민당 일각에선 회의론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응한다는 입장이며, 국회는 개헌 붐 조성을 위한 또 다른 중요한 장이란 전술적 고려에서도 민정당 측이 소집방침을 굳힌 한 응할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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