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부동산 시장 '썰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20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개장한 모 아파트 업체의 견본주택. 1주일 전만해도 하루 1천여 명이 찾던 투자자들이 절반으로 줄어 분위기가 썰렁하다. 인근의 다른 업체의 견본주택도 마찬가지다. 부산 북구와 해운대구가 지난 15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 부동산시장 '꽁꽁'=부동산중개업소에는 파장과 전망을 묻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해운대 좌동 L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급락하지 않을까, 집을 팔아야 할지 두고봐야 할지 등을 문의하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분양을 시작했거나 분양을 앞둔 주택업체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21일부터 청약을 받는 해운대구 D아파트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혼동해 전매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고 말했다. 주상복합아파트를 사전분양중인 업체엔 해약문의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구 C업체는 투기지역 지정 전에 분양에 들어간 다른 업체들의 분양률과 계약률을 살펴본 뒤 분양을 하기로 하고 이달 말 예정이던 모델하우스 개장의 연기를 검토 중이다.

북구지역의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 화명동 T공인중개소 소장은"지난달 부동산 투기억제책으로 실시됐던 국세청의 중개업소 입회조사에 이어 투기지역 지정까지 겹쳐 거래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최근 집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올랐던 남구.수영구.동래구 주민들도 투기지역 지정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 반발=해운대구 반여.반송동,북구 금곡동의 고지대와 서민 밀집지역 주민들은 투기지역 지정에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실제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고 값이 뛰는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해야지 재개발 예정지도 아니고 투기와도 크게 관련이 없는 곳을 한데 묶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이다.

주민들은 "구 전체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어 피해를 입게 됐다"며 대책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김모(55.해운대구 반여동)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도 투기지역으로 묶여 집 값이 떨어지고 매수자도 찾기 힘들어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 전망=전문가들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위축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고고넷 정두천 대표는 "심리적 타격으로 당분간 거래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 등 호재가 많아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써브 김정훈 팀장은 "북구와 해운대구의 집값은 실수요에 의한 상승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에 투기지역으로 지정돼도 급격한 집값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이 정상화되면 투기지역 지정이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남구.수영구.동래구의 경우 7, 8월 부동산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들기 때문에 집값 상승 가능성이 적어 추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관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