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2’ 송영길 컷오프…더민주 전대 예비경선 이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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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판세가 단숨에 뒤집혔다. 후보 4명을 3명으로 압축하는 5일 예비경선에서 추미애 의원과 함께 ‘빅2’로 꼽히던 송영길 후보가 탈락하면서다.

추미애·이종걸·김상곤 3파전으로
“이종걸 막으려 전략 투표” 해석도

송 의원의 탈락은 이변이었다. 노웅래 당 선관위원장은 컷오프 통과자를 기호 순으로 호명했다. 맨 먼저 추미애 후보를, 이어 약체로 꼽히던 이종걸 후보를 불렀다. 장내에선 송영길 후보의 이름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노 위원장은 마지막 컷오프 통과자로 김상곤 후보의 이름이 적힌 발표지를 보고는 “어, 기호가…?”라며 당황했다. 그러곤 김 후보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에야 환호가 나왔다. 투표장을 나가던 양승조 비대위원은 “나도 몰랐어. 대반전…”이라고 말했다.

컷오프 통과를 확신하던 송 후보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컷오프 발표 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내가) 잘될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을 찍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투표 결과를 비공개에 부쳤다. 한 핵심 당직자는 “아무도 득표에서 압도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전략적 투표가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핵심당직자는 “비주류 대표격인 이종걸 후보의 통과를 막고, 김상곤 후보를 통과시키기 위해 주류 중 상대적으로 표의 결집력이 약했던 송 후보의 표가 김 후보 쪽으로 대거 이탈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예비경선을 앞두고 김 후보로의 표 쏠림 조짐이 보였다. 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가 사실상 김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박우섭 인천남구청장은 “김 후보가 혁신위원장을 하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자치단체장들의 표심이 김 후보에게 쏠리면서 인천시장 출신인 송 후보가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추 후보는 송 후보의 탈락에 대해 “제 코가 석 자인데…”라고만 말했다. 김 후보는 “평당원이 컷오프를 통과한 것은 당이 혁신과 확장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컷오프에서 이변이 발생하면서 더민주 경선구도가 2명의 주류(추미애·김상곤)와 1명의 비주류(이종걸) 후보의 대결로 바뀌었다.

아직까진 추 후보의 강세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낙관하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더민주의 대표 경선은 9일 제주·경남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돌면서 치러진다. 대의원 등이 투표하는 전당대회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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