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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치료 필요한 요양원 4만명 대상…원격의료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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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 유일노인요양원에 기거하는 최익진(83)씨는 요로감염 후속 치료를 받기 위해 1일 읍내에 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통원치료만 벌써 2년째. 거동이 어려운 최씨를 위해 요양원 직원 3명이 달라붙었다. 그가 병원까지 가서 진료받고 약을 탄 다음 돌아오는 시간만 3시간30분. 최씨는 “병원 한 번 갔다 오면 기운이 더 떨어지고 입맛을 잃게 돼 식사를 제대로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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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가 최익진씨의 가슴에 원격의료용 청진기를 대면 13㎞ 떨어진 곳에 있는 의사(TV)가 최씨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씨는 4일엔 요양원에 설치된 원격진료시스템을 통해 화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화면에 나온 의사는 요양원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있는 광천삼성연합의원 현영순(요양원 촉탁의사) 원장. 현 원장이 “어르신 심장박동 소리를 들어볼게요”라고 말하자 최씨 옆에 있던 간호조무사가 가슴에 청진기를 댔다. 청진기에서 잡힌 박동소리는 현 원장 쪽 스피커에서 증폭됐다. 최씨의 혈압과 맥박 등의 정보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전달된 상태. 현 원장은 가래가 나오는지 등을 문진(問診)했다. 진료는 불과 10분 이내. 약이 필요하면 팩스로 처방전을 보낸다. 권서희 유일노인요양원장은 “병원 한 번 다녀오려면 어르신도 직원도 너무 힘들었는데 원격진료로 훨씬 편해졌다. 어르신들도 화면으로 자주 의료진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70인 이상 요양시설 680곳 추진

원격의료가 이달부터 요양원에 있는 중증 노인 환자에게 다가간다. 도서벽지 주민과 군 장병, 원양선박 선원 등 취약지 중심으로 진행돼온 원격의료가 노인시설로 시범 확대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병원에 다니기 힘든 분들의 의료 접근성 제고를 위해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6개 요양시설(수용 인원 357명)의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수용인원 70인 이상 요양시설 680곳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요양시설 수용자 13만 명 중 병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3만9000여 명. 이들은 간병비·의료비 부담 때문에 요양병원 등에 입원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는 통원치료나 병원 방문을 포기하는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오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원격의료에 반대해왔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눈으로 보지 않고 기계로 진료하면 오진 가능성이 크다.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의료 소송 등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vivi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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