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좋아지고 물가내린다|끝보이는 "불황터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제유가 하락에 엔화강세, 국제금리 하락추세까지 겹쳐이른바 「3저시대」가 막을 열었다.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에 밀려 고전하던 우리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것이다.
우리는 원유가의 등락이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73, 79년 두차례의 석유파동과 83년의 유가하락으로 그 고통과 단맛을 고루 체험한바 있다.
경제기획원은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5달러가 떨어져 22달러가 되는 경우 국내경제는 0·4%의 추가성장, 4억달러의 국제수지 개선, 그리고 도매물가 1·8%, 소비자물가 0·3%의 하락요인이 생긴다고 분석하고 있다.
만약 2달러가 더 떨어져 20달러가 되면 그 영향은 더욱 커져 0·6%의 추가성장, 6억달러의 국제수지 개선, 도매물가 2·7%, 소비자물가 0·5%의 하락요인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유가하락의 파급효과가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분석기관에 따라 수치에 다소의 차이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은3월중에 5달러가 하락한다는 전제아래 GNP추가성장0·4%, 경상수지개선효과 4억∼5억달러, 도매물가 1%,소비자물가 0·7∼0·8%의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보았다.
산업연구원(KIET)은 86년중의 유가하락폭이 평균 5달러, 선진국 GNP증가율 0·8%,우리의 원유수입관세율이 5%가 되고 국내유가 하락분을 기업이 1백% 제품가에 반영한다는 전제아래 86년의 GNP에는 7억2천2백만달러, 0·85%의 추가성장요인이 생기고 도매물가는 2·7%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국제수지는 상품수출이 4억2천9백만달러가 늘고 입은 7억7천9백만달러가 줄어 중동건설에서 1억달러의 수입감소를 당하더라도 11억8백만달러의 경상수지 개선을 가져올것이라고 밝혔다.
수치는 다소 다르더라도 GNP성장, 국제수지, 물가에 모두 플러스요인이 된다는 점에는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정도의 숫자로 우리경제의 앞으로의 모습을 그리기에는 미흡하다.
유가하락에 엔화강세, 금리인하의 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그 파급영향은 3가지 요인을 단순 합산한것보다 훨씬 크게 나타날 것이며 거기에 유가인하라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안겨준 희망감과 성장의욕까지를 감안한다면 파급효과는 더욱 증폭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새로운 상황에 어떤 자세로 임하며 정책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이번 유가인하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하는데는 경제기획원이나 몇몇 연구기관의 단편적인 분석결과보다 83년 유가인하의 결과를 추적해 보는폭이 나을지도 모른다.
당시의 여건은 지금보다 나빴다고 할수있다. 엔화강세라는 호재도 없었고 국제금리도 다소 하락추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정부는 83년4월 국내유가를 조정하면서 원유가 5달러 하락분중 70%는 관세·석유비축·안정기금등으로 유보하고 30%만을 국내 유가인하에 반영했다.
그런데도 경제성장률은 82년의 5·6%에서 83년에는9·5%로 껑충 뛰었고 경상수지 적자폭도 전해의 26억5천만달러에서 16억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물가도 도매물가가 4·7%에서 0·2%로, 소비자 물가는 7·2%에서 3·4%로떨어져 그야말로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모습이었다.
엔화강세로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제금리의 1%하락은 3억달러의 이자부담 경감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유가하락이나 엔화강세, 국제 금리의 하락이 우리만 누리는 혜택은 아니다.
엔고현상은 이번이 세번째다. 일본은 지난 72, 78년등 두번째까지는 기술혁신을 통한 품질 고급화로 그런대로 극복할수 있었다.
그러나 세번째인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미국등의 반강요로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을뿐만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경쟁관계에 있는 신홍공업국들이 일본을 바짝 뒤쫓고 있기때문이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이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기회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는 부문가지다. 말로만 할게아니라▲기계·부품국산화▲시설개체▲품질고급화를 바짝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이 점에 너무 느슨하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일본제품에 필적하는 물건을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수 있고 수츨증대→국제수지개선등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