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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영란법 대상 확대해 민간 부문 ‘부패사슬’ 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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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논란이 일단락됐다. 오는 9월 28일 시행되는 법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제 헌법재판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데 대해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한철 소장 등 재판관 7명은 다수의견에서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들 분야 부패의 파급효과가 크다”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는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이 많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인 등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법 도입 취지에 따라 민간 부문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헌재도 “국회가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적용 대상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청렴도가 떨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 부문이 적지 않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지적하듯 2013년 산업별 ‘청렴 경쟁력 지수’에서 전체 평균보다 낮은 분야는 건설업, 도·소매업, 보건·의료·사회복지업, 제조업 등 4개다. 실제로 대기업- 하청업체 간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청탁과 뒷돈 거래, 비자금 조성이 고질적 부패로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와 금융인·회계사 등 공익과 직결된 전문직 들의 부패도 마찬가지다.

민간 부문의 크고 작은 부패는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 발전을 늦추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등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헌재 결정문)을 미치고 있다. 대외 신인도 추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엔 부패방지협약이 민간 부문 부패에 대한 민사·행정·형사상 제재를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각각 뇌물방지법·부패방지법을 공공 부문은 물론 전체 민간 부문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영란법이 처벌하거나 직업 활동의 자유를 옥죄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제1조)이 목적이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와 추문을 막기 위해선 전향적인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국회는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법 적용 대상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악취가 진동하는 ‘비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