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전, 미국서 월풀도 추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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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생활 가전 업계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전자회사들이 약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5대 가전 점유율 1위
최고급형 냉장고는 77% 차지
드럼세탁기는 LG가 최고 강자

미국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5대 생활가전(냉장고·세탁기·오븐·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6.7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전통 가전 강자 월풀을 0.01%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3.7%포인트 늘었다. 세계적으로 판매 열풍을 일으킨 스마트폰 갤럭시S7의 3~5월 미국 시장 점유율(16%)보다도 높은 수치다. LG전자도 15.9%로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하며 GE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약진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특히 돋보인다. 이 회사는 전체 냉장고 시장에서도 점유율(18.8%)이 1위지만 프리미엄 냉장고인 프렌치도어 냉장고 시장의 점유율은 30.4%로 훨씬 높다. 프렌치도어 냉장고는 냉장고 상부가 양쪽으로 열리고 문이 셋 이상인 대용량 냉장고를 가리키는 용어다. 특히 이 기간 팔린 3000달러(약 340만원) 이상의 프렌치도어 냉장고 중에선 절반(48%)이, 4000달러가 넘는 프렌치도어 냉장고 중에선 넷 중 셋(77%)이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풀과 GE가 주도하던 미국 가전 시장에서 한국 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주력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빨리 바꾸지 않는 미국 업체와 달리 매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을 선보이는 한국 회사의 혁신 속도를 미국 소비자들이 높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2분기만 해도 5위였던 오븐 제품이 2위를 기록하는 등 다른 제품군에서도 삼성전자는 고르게 성장세를 유지했다.

세탁기 시장에서는 LG전자가 선전하고 있다. 2분기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28.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900달러가 넘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점유율은 31.3%로 더 높았다. LG전자 관계자는 “한국 업체의 선전을 월풀 등 미국 회사들이 견제하고 있다”며 “최근 미 상무부가 월풀의 진정서 제출을 바탕으로 중국산 LG·삼성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비 판정을 내린 것도 이런 견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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