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토지 이용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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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의 토지 이용정책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으며 우려할만한 일이다.
국토계획이나 토지이용과 개발에 관련된 정책은 그야말로 장기적 비전에 입각해서 큰 원칙들이 먼저 세워지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발. 보존. 이용계획이 나와야 순리에 맞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장관이나 주요 정책입안자들이 바뀔 때마다 토지개발과 이용에 관련된 원칙과 기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토지개발정책을 상황에 따라 신축성 있게 미 조정해야 할 경우도 물론 불가피하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이용의 중요한 골격이 되는 기준이나 원칙마저 신축자재해지면 토지이용정책은 난맥에 빠지고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작금의 토지이용에 관련된 정부당국자들의 연이은 정책발표를 들을 때 다시금 이 같은 우려와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경제부국은 공장설립을 쉽게 하도록 입지규제를 대폭 완화할 뜻을 비쳤고 또 토지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절대농지의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건설부장관은 균형있는 개발을 위해 토지이용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주거지역에도 필요하면 공장을 세우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체육부는 86· 88을 대비하여 그린벨트 안에도 체육시설을 건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고위정책당국자들의 일련의 정책발표는 모두가 해당 부서의 중책을 새로 맡은 의욕의 표출이라 이해할 수 도 있으나 그 같은 의욕적인 정책구상들이 거의 대부분 국토이용의 기본줄거리와 연관된 점을 가벼이 지나칠 수 없다. 비록 공장설립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실업과 불경기 해소에 불가피하다 해도 공업입지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꿀 성질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선진국들은 공업입지정책을 보다 장기적 구상으로 계획화해 가는 추세인 점을 고려할 때 공장입지의 원칙을 너무 쉽게 바꾸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우기 그 원칙의 수정이 수도권 집중 제어나 자연과 녹지의 보존. 보호라는 보다 중요한 원칙을 거슬러가며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정책혼선이라 평가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장기국토계획으로 전국토의 기능별· 권역별·형태별 이용. 보존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점이나, 그린벨트. 절대농지의 보존계획을 계속 유지해온 뜻이나, 수도권집중억제와 공해방지를 위해 용도별 이용. 개발계획을 세워 놓은 점이나 모두가 지금 이 원칙과 계획을 바꾸게 만드는 이유들보다는 한 단계 상위원칙이며 보다 국민생활에 직접 연관되는 것들이다.
이런 중요한 원칙들은 한번 훼손되고 수정되면 돌이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재산권의 침해와 불공평을 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린벨트만 해도 정부가 갖가지 명목으로 예외규정을 만들어 공공시설로 잠식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불신을 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이 같은 토지이용. 개발정책의 혼선은 부동산투기라는 반갑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토지이용정책에 거듭 신중한 자세와 자제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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