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공포 등 정신적 장애가 심장을 손상시킨다|미 하버드대 의료진서 연구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사람의 심장을 치명적으로 손상시켜 급사 등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은 동맥경화·고혈압· 고콜레스테롤·흡연·비만 등으로 인한 신체기능적 손상요인보다 공포·분노·우울·좌절·소외감·고독감·압박감 등의 심리적 요인이 더 직접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미 하버드대「토머스·그래보이스」박사(심장내과) 등 일단의 미의학자들이 다각적인 연구분석을 통해 얻어낸 것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심장발작이 우려되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타가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들도 심장마비 등의 급사사태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흔히 심근경색이나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계질환이 심장마비나 심장발작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통계조사는 그와 반대로 나타난다.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한 사람의 25만이 심근경색증을 앓고 있었고, 전체의 절반이 혈압·콜레스테롤·체중 등에서 정상치를 보인데다 심장에 해로운 담배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20%정도는 객관적으로도 평소 아주 건강한 신체기능을 보유했을 정도다.
그러면 이들에게서 심장발작을 일으킨 주원인은 무엇일까.
「그래보이스」박사는『심장발작이 공포·우울·좌절·소외감·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상태 악화에 의해 심장에 치명적인 기능장애를 주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있다.
즉 앞의 정신적 악화요소가 뇌의 특정한 화학물질분비를 과다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방아쇠역할을 해서 심장발작을 일으킨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샌프란시스코의「메이어·프리드먼」박사(마운트 시온병원)의 연구결과론도 입증된다.
「프리드먼」박사에 따르면 심장발작을 일으킨 사람중 20%이상이 24시간 이전에 강한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고(공포감), 홀아비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사람보다 40%나 높은 발작률을 보였다(고독감).
심장발작에 의한 급사는 직장 은퇴 후 1년 사이에 급증하고 있고(소외감·좌절감), 격하게 화를 낸 직후의 심장발작사례도 늘고 있다.
남성의 경우 냉혹·비정한 상사 밑에서의 근무나 반복적이고 따분한 일과, 교통혼잡지역에서의 계속된 운전 등이 심장발작을 유발하고, 여성은 가족중 정신질환의 간호, 많은 자녀의 양육, 비전없는 남성과의 결혼 등도 중요요소가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떤 경로를 통해 심장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가.
인체가 공포·분노·좌절·소외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의 전두엽부분에서 시상하부로 신경펩티드라는 화학물질을 보내게 된다. 이 화학물질을 전달받은 시상하부는 부신수질샘으로 하여금 많은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지시한다.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을 통해 심장으로 보내져 혈관을 수축하고 많은 양의 피를 전신에 보내도록 지시하는데 여기서문제가 발생한다.
심장의 박동은 심박동세표가 퍼킨제섬유라는 심장근육섬유를 자극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교감신경을 통해 전달된 다량의 아드레날린호르몬은 이 근육섬유를 손상시켜 심장마비 또는 발작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의학자들은 이같은 메커니즘을 역으로 이용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나 아드레날린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중이지만 다른 역기능도 많아 아직 획기적인 예방책은 나오지 못했다.
따라서 현 싯점에서 가장바람직한 심장발작의 예방법은 정서적 안정이나 주위의 여러분위기를 전환시켜 공포와 분노·고독과 좌절감·소외감 등이 마음속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의학자들은 주장하고있다.【디스커버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