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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성식 방 문턱이 닳는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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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실 문턱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 때문에 닳고 있다.

추경심사 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기재부 관료 협조 요청 방문 줄이어
더민주, 양측 공조 가능성에 긴장

기재부가 더불어민주당보다 캐스팅보트(가부동수 시 결정권)를 쥔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를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주요 타깃이 김성식 정책위의장이다. 정책에 관한 한 그가 당내 ‘키맨’이라서다.

실제 김 의원 방에선 기재부 고위 공무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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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26일 ‘검찰개혁방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지난 21일 오전 9시10분 김 의장을 만나러 최상목 기재부 1차관과 최영록 세제실장 등이 찾아왔다. 최 차관 등은 세제개편안을 들고 와 한 시간가량 브리핑을 하고 돌아갔다. 최 차관은 지난달 24일과 30일에도 김 의장을 찾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에 대한 정부 대책을 설명했다.

김 의장 덕분에 국민의당 정책실도 기재부 공무원들의 방문 일정으로 꽉 잡혀 있다. 27일과 28일에도 기재부 실·국장들이 와서 각종 경제정책을 설명한다.

기재부뿐 아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김성식 의장을 줄기차게 찾아와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통과를 부탁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주요 정책마다 차관급 관료들이 찾아와 먼저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기재부 관료들이 김성식 의장 방에서 산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재부 과장 출신의 김정우 더민주 의원은 “김성식 정책위의장을 만나려고 공무원들이 줄을 설 정도”라며 “특히 기재부에선 국민의당을 의석수 100명 이상의 가치가 있는 정당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은 정부 정책에 찬성하니 국민의당만 찬성하면 정책이 추진되기 때문에 국민의당에 정부 관료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민의당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김 의장이 5월 4일 추경을 먼저 제안하면서다. 당시는 추경 편성에 정부·여당마저 소극적인 상황이었다. 더민주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이슈였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추경은 여당이 추진하면 야당은 재정계획 실패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구도였는데 국민의당이 추경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기재부가 많이 놀란 눈치였다”며 “김 의장과 대화가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각 당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여·야·정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가 정례화되면서 국민의당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정부가 국민의당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김 의장은 “합리적인 의견이라면 언제든지 들을 자세가 돼 있다”며 “기재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우리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3당 체제에 빨리 적응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더민주는 정부와 제3당의 제휴 가능성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힘을 실어주면 더민주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더민주 일각에선 기재부가 국민의당을 설득하기 위해 추경에 호남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호남은 두 당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더민주는 이번 추경에서 SOC 예산 불가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추경 예산안 국회 제출=정부는 26일 오전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책은행(산업·수출입은행)의 자본을 늘리는 데 1조4000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9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정부·여당은 다음달 12일 본회의 때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더민주는 누리과정 예산 반영, 구조조정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며 추경안 심사를 벼르고 있다.

글=이지상·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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