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기억’ 다시 한번, 북한 31명 리우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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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단이 26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통해 브라질로 출발했다. 흰색 재킷에 푸른색 하의 차림으로 공항에 모인 북한 선수단은 관계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비행기에 올랐다.

역도 엄윤철·림정심 2연속 금 도전
62㎏급 김은국은 도핑 걸려 못 가
러 수영·조정·카누 15명 출전 금지
런던 평영 동메달 에피모바도 포함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역도·레슬링·유도·탁구·체조 등 올림픽 9개 종목에 31명의 선수를 파견한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선수단 규모를 36명이라고 보도했으나 3주 동안 5명 줄었다.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도핑 스캔들의 여파로 금지약물 복용전력이 있는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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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철

북한은 1972년 뮌헨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10개 종목에 걸쳐 37명이 참가했고, 사격 남자 50m 소총 소구경 복사에서 리호준이 북한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 때까지 한국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이후 북한은 정치적인 이유로 84년 LA 올림픽과 88년 서울 올림픽에 잇따라 불참했다. 그러나 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는 꾸준히 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여름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은 총 47개(금메달 14개·은 12개·동 21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 4개, 동 2개로 종합 20위에 올랐다.

북한 최고의 효자 종목은 역도다. 북한은 지난 7차례 올림픽 역도에서 금 4개(은 4개, 동 5개)를 땄다. 런던 대회에서는 남자 역도 56㎏급 엄윤철(23), 62㎏급 김은국(28), 여자 69㎏급 림정심(23)이 금메달을 휩쓸었다. 올림픽 성과에 고무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역도를 앞으로 승산(勝算) 종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각종 지원이 이뤄졌다.

세계역도선수권대회 3년 연속 우승에 빛나는 엄윤철은 북한 역도의 영웅이다. 런던 올림픽 때는 하위 그룹에 속했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을 26㎏이나 경신하며 합계 239㎏(인상 125㎏, 용상 168㎏)을 기록했다. 키 1m52㎝에 불과한 엄윤철은 탄탄한 근육과 타고난 유연성으로 자신의 몸무게보다 세 배나 무거운 역기를 거뜬히 들어올린다. 특히 용상에서 경쟁자들보다 월등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런던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림정심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지난 2014년 체급을 75㎏급으로 올린 림정심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엉덩이와 무릎 부상을 입고도 은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런던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은국은 지난해 12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레트로졸 양성 반응을 보여 선수 자격이 정지돼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기계체조 도마에 출전하는 리세광(31)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리세광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도마에서 1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라이벌 양학선(24)이 부상으로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반사이익도 얻게 됐다. 이밖에 북한은 여자 기계체조(홍은정), 레슬링(정학진), 유도(홍국현·김설미), 수영 다이빙(김국향) 등에서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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