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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섹스리스가 가장 큰 저출산 원인…결혼·출산 즐거움 조기 교육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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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 그래서 일본가족계획협회 기타무라 구니오(北村邦夫·사진) 이사장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섹스리스’를 꼽는다. 지난 4일 도쿄 신주쿠의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기타무라 이사장은 저출산 현상의 원인으로 ▶소극적인 결혼관 ▶불임·난임의 증가 ▶육아환경 악화 ▶중절·피임의 증가 ▶피임 기술의 발달 등을 들었다.

일본가족계획협 기타무라 이사장
“부부 45%가 1개월 이상 관계 안 해”

산부인과 전문의인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섹스리스의 증가다. 기타무라 이사장은 “‘섹스는 즐거운 것’으로 여기는 인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명의 자녀를 둔 그는 인터뷰 뒤 기자에게 러브젤을 선물했다.

협회 활동을 소개해 달라.
“아이를 낳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강요할 수 없다. 개인의 선택이다. 정부가 앞장서서 깃발을 흔든다고 소자화(少子化·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겐 도움을 주고, 낳기 싫은 사람에겐 확실한 피임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육아환경 개선도 중요하지 않은가.
“물론 보육소를 늘리고 임신 무료 검사를 하고 출산 장려금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
그럼 뭐가 필요할까.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 결혼은 즐거운 일이고, 아이를 낳는 것도 인생에서 즐거운 일이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출산도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행복이다.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성 관계에 서투른 젊은 세대가 문제인가.
“『섹스가 싫은 젊은이들』이라는 책을 쓰면서 일본의 ‘초식남’을 인터뷰했다.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온라인 게임에 빠져든다. 현실에서 어떻게 이성을 만나 사귀는지 관심도 경험도 없다. ‘섹스보다 즐거운 게 많다’고 답한 청년들도 있다.”
섹스리스가 저출산의 원인이라 보는가.
“그렇다. 협회 조사 결과 1개월 이상 관계를 맺지 않는 부부가 44.6%에 이르고 있다. 처음 조사했던 2004년(31.9%)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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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리스에게 조언한다면.
“‘사랑의 처방전’이 있다. 일부러 대화를 하기보다 그냥 말없이 같이 생활하고, 아무 이유 없이 손도 잡아보고 손톱도 깎아주며 다가가야 한다. 사이가 멀어지면 싸우지도 않는다. 차라리 싸워라. 싸우고 난 뒤 화해하면 그만큼 사이가 좋아졌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다 보면 섹스가 다시 시작될지 모른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장주영·서영지·황수연·정종훈 기자, 정소영 인턴기자(고려대 일문4)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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