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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대면 레즈죠?” 병무청 공군병 모집 면접관의 부적절한 질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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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오전 11시, 서울지방병무청 징병 면접장에서 공군 지원병을 선발하기 위한 면접이 진행됐다. 공군에서 군복부를 희망해 지원한 110여 명의 젊은이들이 1명씩 들어가 면접관에게 질문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씨(20) 역시 긴장된 마음으로 이날 2차 전형에 참가했다. 면접관은 현역 공군 장교와 병무청 직원 등 2명이었다. 서울지방병무청 소속 면접관은 A씨의 소속 대학을 확인한 뒤 어떤 동아리 활동을 했는지 물었다. A씨는 “소수자 인권 보호와 관련된 학생회 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면접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서울대면 레즈(여성 동성애자) 맞죠?”라는 질문이었다. 지난해 11월 자신이 성소수자인 사실을 밝히고 당선된 김보미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떠올릴 수 있는 대목이어서 부적절한 질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면접관은 이어 지난 6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축제(매년 여름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성소수자 축제)에 참가했는지를 물었고, A씨가 참가하지 않았다고 하자 “왜 참가하지 않았나요?”라며 재차 질문했다고 한다. 성소수자인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함께 일했다는 이유로 A씨의 성적 정체성을 확인하려 든 셈이다. 면접관은 “(생활관에서) 잠을 자던 중 누가 몸을 만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도 물었다.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을 만큼 모욕감을 느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자신과 무관한 면접관의 질문들은 인권 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면접관은 A씨에게 ”정치 집회에 참가하는 편인가요?“라고도 질문했다고 한다. A씨는 ”군인을 모집하는 면접에서 정치 집회 참가 여부를 묻는 것은 무엇을 확인하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면접을 마치고 나서 이같은 사실을 군인권센터에 알렸다.

공군병 모집의 평가 항목은 ‘용모·태도(5점), 표현력(5점), 학교생활(5점), 성장환경(5점), 의지·정신력(5점)’이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 복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모집병 면접에서 복무와 상관없는 부적절한 질문을 계속하고 인격모독을 일삼는 것은 분명히 시정 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부적절한 질문일 수 있다”면서도 “현역 군인들이 서류 전형 외 부적합자를 뽑기 위해 가치관 등을 점검하려고 한 질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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