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재|한국축구가 멍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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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교부재, 행정빈곤의 축구협회가 며칠사이에 계획을 뒤짚는 등 헛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축구협회는「멕시코의 야망」을 불태우고있는 월드컵대표팀의 전력향상을 위해 2∼3월에 걸친 유럽전지훈련을 계획했었으나 외교력 부재로 유럽각국으로부터 외면 당해 22일 이를 취소하고 말았다.
협회의 계획은 서독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월드컵 본선진출국 대표팀과 7∼8차례의 연습경기를 가진다는 것이었으나 한결같이 거절당하고 만 것.
이 때문에 협회는 대표팀의 3단계 훈련계획을 수정, 유럽전지훈련은 멕시코로 향발하기 직전인 4월 중순께 실현시키도록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이의 실현가능성도 희박한 실정이다.
협회는 이번 전지훈련계획을 타진하면서 연습경기를 할 경우 관객입장수입을 배당 받을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데 더 신경을 썼다는 후문도 있다.
한편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확정 발표한 멕시코월드컵본선에 참가할 심판진에 한국심판이 제의돼 축구협회의 외교적 무능을 재확인했다.
멕시코대회심판은 36개국의 36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출전국 중에는 이라크·모로코·알제리·폴란드·덴마크·포르투갈과 함께 한국이 심판을 참가시키지 못한 반면, 본선진출국도 아닌 아시아의 일본·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가 심판을 파견, 한국은 망신스런 「축구후진국」을 면치 못했다. 한국의 축구심판은 LA올림픽은 물론 월드컵예선 때도 선정되어 참가했던 실적을 감안하면 이번 본선에의 탈락은 축구협회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축구협회의 최순영회장은 지난83년 사소한 개인적 불화로 협회의 국제관계임원 진을 전격 교체하여 국제축구계에 생소한 인물들을 내세움으로써 외교능력이 급전직하, 그 동안 숱한 실책을 거듭해 왔고 현재 한국축구는 그 축구수준과 달리 아시아지역에서 고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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