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두근두근 캠퍼스] 도쿄예대의 '노다메 칸타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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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탐방(http://tong.joins.com/archives/22122)에 이어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대학, 도쿄예술대학을 방문했다.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치아키 선배'와 친구 삼고 싶은 독특한 성격의 '노다메' 같은 학생들을 만나기를 기대하며. 그런데 웬걸, 캠퍼스는 공원 같기도 하고 공사장 같기도 했다. 그 어느 곳보다 캠퍼스의 낭만이 넘쳐날 것 같았던 도쿄예대는 조용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도쿄예대 캠퍼스는 우에노(上野)·도리데(取手)·요코하마(?浜)·센주(千住) 4곳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上野) 공원 안에 위치한 우에노 캠퍼스에 대부분의 학과와 연구 시설이 있다. 우에노 캠퍼스가 있는 우에노 공원은 국립서양미술관, 국립과학박물관, 도쿄 국립박물관, 국제어린이도서관 등 일본을 대표하는 주요 문화시설이 있어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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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리혜 기자

1. 도쿄예대로 가는 길

여유로운 분위기의 우에노 공원.

여유로운 분위기의 우에노 공원.

도쿄예대와 우에노 공원을 연결하는 길.

도쿄예대와 우에노 공원을 연결하는 길.

도쿄국립박물관의 모습.

도쿄국립박물관의 모습.

우에노 캠퍼스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은 JR 우에노역 우에노 공원 출구(上野?公園口)로 나오는 것이다. 도쿄 문화회관과 국립서양미술관을 지나 도쿄국립박물관을 향해 걷다 보면 그 옆에 도쿄예대가 위치하고 있다. 공원을 중심으로 큰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여서 길을 몰라 헤맨다기 보다 공원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캠퍼스 앞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우에노 캠퍼스는 452번 도로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음악학부가, 남쪽에는 미술학부가 있다.

2. 아카렌가 1호관

음악학부 캠퍼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아카렌가 1호관이다. 이름의 뜻 '붉은 벽돌 1호관'처럼 빨간 벽돌 건물이다. 1880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현재 도쿄도 내에서 가장 오래된 벽돌 건물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처음에는 교육박물관의 서고 용도로 지었기에 모든 출입구를 철문으로 만드는 등 화재 예방을 철저히 한 게 특징이다.

3. 음악학부

캠퍼스를 방문한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음대 건물에서는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왔다. 휴일인데도 악기를 메고 등교한 음대생이 몇몇 눈에 띄었다. 도쿄예대 음악학부의 전신은 1880년 설립된 도쿄음악학교다. 1949년 도쿄음악학교와 도쿄미술학교가 합쳐져 오늘날 도쿄예대의 모습을 갖췄다. 현재 음악학부에는 작곡, 성악, 기악, 지휘, 음악이론 등의 전공이 있다. 이외에 조기음악교육 프로그램도 2014년부터 마련했다.

4. 주악당(奏?堂)

1984년 구 주악당을 헐고 새로 지은 콘서트 홀은 음대의 상징과 같다. 정기 연주회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1년 내내 열린다. 전반부에는 강의, 후반부에는 연극이나 영상을 포함한 콘서트로 진행되는 '예대프로젝트', 클래식·재즈·오페라·타악 등 음악학부 각과가 돌아가며 선보이는 '주악당 시리즈', 3세 이상의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예대와 놀자' 등 대학이 직접 주최하는 공연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주악당이 이처럼 각양각색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콘서트 홀 전체가 하나의 악기'라는 컨셉트로 지어져서다. 천정을 가동식으로 설계해 공연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켜 최적의 음향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관현악, 오페라, 합창 등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연주할 수 있는 오르간을 구비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음악 교육의 장이자 일본 예술문화 발전의 상징인 셈이다.

5. 부속음악고등학교

공식 명칭은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부속음악고등학교'이나 '예고'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음악의 조기전문교육을 목적으로 1949년 설립된 일본 유일의 국립 음악고등학교다. 유능한 작곡가와 연주가를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공 뿐만 아니라 교양 교육에도 힘쓰고 있어 커리큘럼으로는 그 비중이 1:1에 가깝다. 국내 유일의 국립 음악고라 전국 각지에서 치열한 입학 경쟁을 벌인다. 가산점과 같은 특전이 없음에도 예고 졸업생 대부분은 도쿄예대 진학을 희망한다. 2015년 38명의 졸업생 중 34명이 예대에 합격하기도 했다.

6. 도쿄예대 미술관

도쿄예대 미술학부는 전신인 도쿄미술학교 시절 1887년부터 작품 수집을 해왔다. 현재 대학미술관은 약 2만 9000점의 '예술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위한 컬렉션이라는 것이다. 미술관에선 소장품과 졸업생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998년 완공된 신미술관은 수집·소장, 전시, 연구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전시공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애용하는 카페테리아와 화구점 등이 있다. 미술관 뒷편에는 울창한 산책로가 있어 학생들은 물론 동네 주민과 방문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7. 미술학부

대학미술관에서 나와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바로 옆에 미술학부 회화동이 나온다. 일본화·유화·판화 등의 회화 전공 학생들이 조용히 작업을 하는 분위기였다. 화구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 구경에 눈이 팔린 것도 잠시, 근처에서 큰 굉음이 들려왔다. 공사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소음이었다. 학교의 건물을 보수 중인가 했더니, 미술학부 조각동의 작업 소음이었다. 한 학생이 언뜻 보기에는 공사장의 폐자재 같은 재료를 앞에 두고 고심하고 있었다. 오며가며 본 미완의 작품들은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았다.

9. 진열관(陳列館)

외벽의 붉은 스크래치 벽돌이 진열관의 상징이다. 대학미술관이 본관이 될 때까지 예술자료관의 메인 갤러리로 운영되었던 전시 공간이다. 캠퍼스를 방문한 날 진열관에서는 마침 도쿄예대의 한국동문회가 '아트 DNA(ア-トDNA)'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예대 한국동문회는 2010년부터 2년에 한번씩 한국에서 동문 전시회를 해왔다. 4회를 맞이한 올해에는 모교에서 전시를 개최해 한국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20명의 동문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회화, 공예, 디자인 등 분야는 다르지만 타국에서 학업을 시작해 성취를 이룬 한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캠퍼스를 나서서일까. 처음 방문했을 때는 폐쇄적이고 낯설게 느껴졌던 예대가 어느새 한 발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쉽게도 '치아키 선배'나 '노다메'는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지만.

글·사진=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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