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냐 광기냐…이번엔 독일 열차서 도끼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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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테러와 불안정한 정신의 발로인 광기 사이의 경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18일 밤 독일에서 발생한 열차 도끼 난동과 지난 주 프랑스 휴양 도시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가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다. 범인들은 극단주의 단체와의 직접적 연계가 없는 상태에서 정 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사건을 일으킨 특징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아프간 출신 17세 범행 의도 불투명
승객 5명 다쳐…범인은 현장서 사살
니스 테러범도 IS와 직접 연계 없어

18일 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뷔츠부르크에서 열차에 탄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청년이 도끼 등 흉기를 휘둘러 승객 5명을 다치게 했다. 피해자 중엔 중국계도 있다. 그는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이슬람 구호를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IS 연계 매체인 알아마크 통신은 “도끼 공격은 IS 전사 무함마드 리야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은 “범인은 2년 전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채 독일로 와 난민 신청을 했다. 위탁 가정에 있었는데 그의 방에서 손으로 그린 이슬람국가(IS)의 깃발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의도에 대해선 수사 중이다.

84명을 숨지게 한 니스 테러범도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 IS의 주장과 달리 IS와 범인 무함마드 라후에유 부렐의 직접 연계는 없었다. 부렐의 아버지는 “부렐이 2002~2004년 신경쇠약을 앓았다. 격분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앞에 있는 것들을 모두 부수곤 해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 IS 시대에 테러 여부를 가르는 일반적인 기준이 재설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4년 12월 프랑스 디종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를 두고 당국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남성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아프간 출신이 30분간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며 행인들을 향해 차량을 돌진시켜 13명이 다쳤다. 그러나 이번 니스 테러를 두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도 테러 행위로 여겼다. IS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테러로 규정되는 시대가 된 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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