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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나발 휘모리장단에…체코 청중들 “굉장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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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체코 프라하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오스트라바 공항에는 작곡가 야나체크의 이름이 붙었다. 그의 고향 후크발디와 가까운 모라비아 지방에 위치해서다.

오스트라바 음악축제 초청 공연
‘쿵따쿵쿵덕쿵’ 관객이 따라하고
‘아침바람 찬바람에~’ 맞춰 춤도
“강렬하고 영적인 음악” 앙코르
아리랑 연주하자 모두 함께 불러

산업도시의 과거가 남아있는 쇠락한 폐공장 비트코비체는 2012년부터 매년 여름 ‘컬러스 오브 오스트라바’ 페스티벌 무대로 변신한다.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루며 2002년 스톨도니 거리에서 시작된 이 축제는 연 5만 관객을 모으며 ‘유럽 10대 음악 페스티벌’(가디언)로 자리잡았다.

지난 14~17일 펼쳐진 올해 축제에는 국악연주단 ‘김주홍과 노름마치’가 공식 초청됐다. ‘놀다’와 ‘마치다’의 합성어인 노름마치는 체코에서도 끝내주게 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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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체코 오스트라바의 폐공장터에서 열린 ‘컬러스 오브 오스트라바’ 페스티벌 무대에 선 국악연주단 김주홍과 노름마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한 이들의 연주에 청중들이 열띤 호응이 나왔다. [사진 노름마치]

14일 비트코비체.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노름마치 공연 전 딱 그쳤다. 8시가 넘어가자 야외무대 드라이브 스테이지 앞 벽안의 청중들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리더인 김주홍과 오현주·이호원·김태호·김용준 등 노름마치 멤버들이 등장했다.

첫곡은 ‘비나리’. 액운을 물리치고 부귀영화 무병장수를 빌어주는 기원의 노래였다. 신기한 눈빛으로 보던 청중들의 반응은 김태호가 상모를 돌린 ‘소고춤’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던 상모 초리가 점차 빨라지며 남기는 잔영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김용준의 피리 솔로에 이어 오현주·김주홍·이호원이 ‘소낙비’를 연주했다. 석 대의 장구가 새기는 복잡한 리듬과 다이내믹이 청중을 사로잡았다.

구음(입장단)을 배열한 ‘K-트랩’에서는 관객과 소통이 각별했다. “‘쿵’은 여자, 땅, ‘따’는 남자, 하늘입니다. 이들이 합일할 때 ‘덕’이 되죠. 따라해 봐요. 쿵따쿵쿵덕쿵” 서툰 영어지만 다 통했다. 복잡한 구음도 웃으며 따라하는 청중과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기다란 나발이 등장한 ‘브라스랩’에서는 대취타와 휘모리 장단의 랩이 섞였다. 청중은 ‘아침바람 찬바람에~’에 맞춰 클럽에서처럼 몸을 움직였다. 김주홍은 “시나위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하며 끝곡인 ‘노름마치 시나위’를 연주했다.

청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야로슬라프(35)는 “듣는 이에게 힘과 에너지를 준다”고 했다. 얀 스베치(30)는 “타악기들이 기막히다(awesome)”며 “한 무대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청중과 교감이 따스했다.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미르카), “강렬하고 영적(spiritual)인 음악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뿌리를 느꼈다”(한나)라는 반응도 나왔다.

노름마치는 15일 유럽스테이지에서 한 번 더 공연했다. 앙코르 요청에 노름마치는 ‘아리랑’을 연주했고 청중도 따라 불렀다. 페스티벌 총감독인 질라타 흘루소바는 “우리 페스티벌에서 앙코르 요청은 이례적”이라면서 “역시 탁월하다. 그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월드뮤직 마켓인 워멕스 대표를 역임한 제럴드 셀리그먼은 “노름마치의 공연은 전문적인 한편 너그럽고 따스하다. 이들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능한 음악 외교관”이라고 평했다.

국악 현대화의 대표주자로 서구의 ‘K아트’ 바람을 이끌고 있는 노름마치의 ‘음악외교’는 계속된다. 31일 영국 에서 열리는 워매드(WOMAD·World of Music and Dance)에 참가하고 8월 슬로베니아, 10월 파키스탄, 11월 인도와 캐나다에서 각각 공연한다.

오스트라바(체코)=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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