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71만원 금메달, 박인비가 걸면 4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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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림픽 금메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올림픽 금메달은 100% 금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8월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 금메달의 무게는 500g 정도다. 494g의 은에 6g의 금박을 씌웠다. 원가는 18일 시세를 기준으로 약 71만6000원 정도다.

올림픽 메달 가치는 얼마
정부 포상금 6000만원 지급
한달에 90만원 연금도 받아
종목 단체별 포상금은 제각각
골프협회 3억원 책정 가장 많아
아제르바이잔 정부 6억원 약속
미국 2800만원, 일본 5379만원

올림픽에서 입상자들에게 금메달을 수여한 건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때부터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올림피아 제전 우승자에게 500드라크마(고대 그리스 은화)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당시 1드라크마는 양 한 마리의 가치였다.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입상자들에게 금메달 대신 은메달과 월계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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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6g 함유된 70만원짜리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선수들은 4년간 구슬땀을 흘린다. 피땀어린 노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성취감과 함께 수백배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돌아온다. 올림픽에서는 별도의 상금이 없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방송 중계권료, 파트너십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90%를 각국의 올림픽위원회(NOC)등에 배분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정부가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급하는 포상금과 종목단체별로 책정한 자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소속팀에서 주는 보너스와 정부가 메달리스트에게 지급하는 연금도 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포상금은 금메달 6000만원(단체 4500만원), 은 3000만원, 동 1800만원 수준이다. 리우 올림픽의 경우 포상금 예산이 36억68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메달 갯수가 예상보다 많아질 경우 개인 포상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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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목 협회나 연맹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은 단체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일찌감치 포상금을 정한 종목이 있는 반면 아직 포상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종목도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포상금을 지급하는 건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골프다. 대한골프협회는 지난해 12월 금메달을 목에 거는 남녀 선수에게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김현우·류한수)를 노리는 레슬링도 일찌감치 1억원의 금메달 포상금을 책정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축구가 동메달을 획득하자 대한축구협회는 당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15억4000여만원을 지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런던 때와는 달리 아직 포상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메달을 노리는 여자 배구도 거액의 포상금을 약속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금메달을 딸 경우 총 6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선수들은 정부 뿐만 아니라 소속 팀에서도 별도의 포상금을 받는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선수들은 200만~5000만원 정도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팀 소속 선수들은 포상금이 훨씬 많은 편이다. 런던 올림픽 사격(10m·50m 권총) 2관왕 진종오 는 소속팀 kt로부터 2억 5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포상금 외에 정부에서 주는 연금도 받을 수도 있다. 금메달을 따면 경기력 향상 연구 연금 포인트 90점을 얻는다. 연금 포인트 90점이면 월 1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한다. 일시금의 경우 6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2012년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 딴 양학선(24)은 메달 포상금 6000만원과 대한체조협회가 주는 포상금 1억원을 받았다. 그가 비닐하우스로 지은 집에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성원이 답지했다. 당시 양학선은 10억원 가량을 손에 넣었다.

외국에서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동유럽의 아제르바이잔은 이번 대회 금메달에 51만 달러(약 5억8000만원)를 걸었다. 반면 미국의 메달 포상금은 2만5000달러(약 2800만원) 정도다. 일본은 지난 런던 대회 때는 300만엔을 내걸었다가 올해는 500만엔(약 5379만원)으로 포상금을 올렸다.

금메달에는 무형의 가치도 존재한다.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2004년 발표한 『올림픽 금메달의 경제적 가치』라는 논문에 따르면 금메달 하나의 가치는 567억원이나 된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국민 한 명이 세금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을 환산한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 결과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에서 피겨여왕 김연아(26)가 딴 금메달의 경제 효과는 5조 2350억원이나 됐다. 금메달이 주는 감동의 크기에 따라 그 가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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