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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갈등 재점화…또 흑인 전직 군인의 경찰 살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에서 또다시 흑인 전직 군인에 의한 경찰 저격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17일 오전(현지시간) 미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 시에서 매복중인 흑인이 쏜 총에 맞아 경찰관 세 명이 숨지고 세 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라크 파병 해병대원 출신인 흑인 용의자 개빈 유진 롱(29)은 현장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살됐다.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착용한 채 배턴 루지 동남부의 쇼핑센터 인근에 매복한 롱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도착하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총격으로 경찰들이 잇따라 쓰러졌고 롱은 몇 분간의 총격전 뒤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 에드먼슨 루이지애나주 경찰국장은 사건 브리핑에서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으며 배턴 루지에는 더 이상의 총격범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총격 사건은 열흘 전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발생한 경찰관 저격 사건과 닮은 꼴이다. 당시 흑인 전직 군인인 마이카 존슨(25)도 매복해있다가 조준 사격으로 경찰관 5명을 살해했다.

롱의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 역시 댈러스 경우처럼 백인 경찰관의 흑인 민간인 살해에 대한 보복성 범행임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배턴 루지는 지난 5일 편의점 밖에서 CD를 팔던 흑인 남성 앨턴 스털링(37)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사망하면서 최근 흑백 갈등의 도화선이 된 도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롱이 스털링의 총격 사망 후 경찰을 공격하기 위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렌터카를 타고 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SJ는 또 롱이 반정부단체와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2008년 6개월간 이라크 파병 복무를 했던 그는 2010년 제대했다.

외신들은 롱의 것으로 파악되는 소셜미디어에서 경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메시지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댈러스의 경찰관 저격 사건 다음날에는 “저격범은 백인이 아니라 우리 중 하나”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 연설에서 “경찰관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과 흑인간 대립과 흑백 갈등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댈러스를 직접 방문해 인종 통합을 촉구했으나 5일만에 다시 경찰관 저격 살해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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