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후반기 안정 유지에 역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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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7 개각에 이어 8일 단행된 차관급에 대한 후속 인사는 전두환 대통령의 집권종반기를 맞아 안정체제를 확고히 굳히는 동시에 친정체제를 일층 강화한 흔적이 엿보인다.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해구 경기지사·이학봉 민정수석비서관이 국가중추기관인 안전기획부의 1, 2차장으로 임명된 것은 관심을 끄는 인사다.
새로 임명된 지방장관중 대통령을 바로 측근에서 보필해 왔던 김용래 정무2수석·노건일 민정비서관과 정무비서관을 거쳤던 이상배 내무 차관보가 들어있고 정무2수석비서관을 지낸 유흥수 의원이 교통 차관을 겸하게 된 것이나 군에서 측근참모였던 정도영 사회정화위원장의 발탁은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작년 말 정기국회가 끝나면서 정부개편 설이 파다하게 떠돌자 청와대 주변에선 3년 이상 재직해온 이학봉 민정·황선필 공보·정관용 사정수석비서관과 전임자들의 평균임기 1년을 훨씬 넘은 김용래 정무2수석비서관의 거취에 대해 관심이 집중.
특히 이 민정 수석의 경우에는 김병훈 의전 수석비서관과 함께 제5공화국 출범당시부터 전 대통령을 보좌해온 5년 이상의 최고참이라는 점에서 개편 설이 나올 때마다 거론돼왔고 부산시장과 국세청장 설 등이 나돌았다.
이 수석 자신은 이런 이동 설에 관해 1월초 출입기자들에게 『움직일 것 같기도 하나 어디로 나가게 될지는 정말 모른다』며 『그러나 부산시장이나 국세청장은 아닐 것』이라고 완강하게 부인.
김용래 정무2수석비서관은 친정인 총무처나 국장시절 몸담았던 서울시 및 내무부 또는 고향인 충남지사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으나 경기지사로 낙착.
작년 10월 법무차관에서 사회정화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3개월도 채 안돼 다시 사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건 수석은 마침 사정업무가 사회정화위원장과 성격상 유사점이 많아 도움이 되리라는 평.
사회정화위원회는 김 위원장이 재임 2개월 20일, 전임 황인수 위원장이 7개월 10일에 그쳐 1년 사이에 3명의 위원장을 맞게 된 셈.
○…이규효 차관이 건설부 장관으로 승진한데이어 이상희 경북지사의 차관 영전, 이해구 경기지사의 안기부1차장 발탁, 강우혁 충북지사의 정무2수석 발탁, 이상배 차관보의 지사 승진 등 경사가 겹쳐 내무부는 축제 분위기.
일부에서는 신임 경기·충북지사가 「외부」에서 온 것이 다소 서운하다고 욕심을 부리기도 하나 대부분 『그분들도 모두 내무행정에 관여했던 내무부 사람들』이라며 환영.
특히 이상배 차관보의 영전으로 공석을 메우는 후속 연쇄승진이 예상돼 직원들은 벌써부터 설레는 분위기.
당초 차관자리를 놓고 내무부에서는 이상희 신임 차관을 비롯, K지사·A지사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이 차관으로 후임자가 결정되자 『가장 적임자를 발탁한 것』이라고 이구동성.
직원들은 특히 신임 이 차관이 원만한 성격의 지방행정 대가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내무행정에 밝은 강우혁 지사가 바로 내무행정을 관장하는 정무2수석에 기용된 데 대해서도 만족해하는 분위기.
경북지사로 나가게된 이상배 차관보는 고시 13회로 후배가 지사로 나갈 때도 그랬고, 지난 총선 직후 인사 때도 지사대열에 끼지 못해 몹시 초조해하다 이번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일부에서는 이 차관보의 지사승진에 대해 『약관 27세에 군수(울진)를 역임한데 비하면 막차를 탄 셈』이라고 평했으나 다른 일부에서는 『「외부」에 있는 고시선배 S씨나 동기인 L씨에 비하면 결코 늦지 않은 셈』이라고 평가.
○…박배근 치안본부장의 도백 발령과 강민창 서울시경 국장의 치안본부장 승진은 예정됐던 코스.
특히 강 국장의 본부장 승진은 1년 코스의 경찰 정규간부후보생(11기)으로서는 처음으로 치안총수가 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10기 이전의 간부후보생은 1년 미만의 비정규교육을 받았고 때문에 11기는 정규교육을 받았다는 점에서 육사 11기와 비교되곤 했던 것.
이영창 부산시경 국장의 영전은 당초 이 국장이 물망에는 올랐으나 부산국장→서울국장의 전례가 없어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국장이 치안감 선임자들을 제치고 「경찰의 꽃」인 서울시경 국장에 발탁된 것은 「사리판단이 분명하고 박력이 있다」는 강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의의 평.
이번 인사로 경찰내부에서는 치안감급 이상 간부 중에서 누군가 옷을 벗게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부산시경 국장자리를 메우는 등의 연쇄승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교차돼 묘한 분위기를 이루고있다.
○…산하의 2개 청(국세청·관세청)장이 그 자리에만 4년 전후의 장수를 하고있고 입각으로 한은 총재와 은행감독원장 자리가 공석이 돼 폭넓은 후속 연쇄인사가 있을 전망인 재무부는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인사귀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술렁이는 분위기.
특히 8∼9년 짜리 고참 국장이 많은 터라 이번 기회에 숨통이 확 트이는 승진인사가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신임 정인용 장관은 8일 하오 기획원으로 김만제 부총리를 찾아가 단독 요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선 금융계 수뇌급을 비롯한 후속인사 문제가 주로 논의된 듯.
정 장관은 김 부총리와의 요담을 마치고 돌아와 『인사는 나 혼자서 결정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김 부총리 및 상부의 의중을 중시할 생각임을 비췄다.
재무부 간부들은 청장과 은행장 급을 부내에서 맡아 나가게되면 연쇄승진 폭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장은 개각 전 영전 설이 파다했으나 눌러 앉는 것으로 낙착됐다는 후문.
한편 다른 경제부처에도 고참 차관·청장급이 있어 이들을 포함한 후속인사가 이루어질 경우 후속 연쇄 영전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분위기가 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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