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경준 비리’ 뒷짐 져온 법무장관, 뒷북 사과로 끝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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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식 대박’ 의혹을 받아 오던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됐다. 지난 3월 말 재산공개에서 의혹이 불거진 지 넉 달 가까이 지난 다음이다. 이제 법무부가 그동안 진 검사장 관련 의혹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고,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물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어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무부와 검찰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현직 검사장 구속이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이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 검사장은 공짜로 받은 주식으로 120억여원의 차익을 올리고 고급 승용차까지 넘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직을 철저히 개인 비즈니스에 활용한 것이다. 조양호 한진 회장 탈세 혐의 투서사건을 무혐의로 내사 종결한 뒤 대한항공 임원에게 대가를 요구했다는 진술까지 나왔다니 협박범과 다른 게 대체 무엇인가.

더 심각한 것은 법무부의 대응이다. 법무부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개인의 주식 거래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며 뒷짐을 져 왔다. 지난 6일 특임검사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올 5월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의결을 한 뒤 진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한 것이 법무부가 취한 조치의 전부다. 법조계에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장관 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은 진 검사장과의 인연 때문에 그를 감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장관은 진 검사장 구속 후에야 뒤늦게 서면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고위직 검사가 상상할 수 없는 부정부패 범죄를 저지른 점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진 검사장이 거짓말 퍼레이드를 벌이고, 언론이 거듭해 문제를 지적하는 동안 법무부가 보여 온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선 한마디 유감 표명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에 진정성이 실릴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끝난다면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김 장관은 그동안의 무책임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법무부·검찰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