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데타 발생…대통령은 아이폰 '페이스타임'으로 성명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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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15일(현지시간) 쿠데타가 발생했다. 수도 앙키라에선 쿠데타 지지세력과 경찰이 충돌해 총포와 폭발음 소리가 들렸다. 터키 국영 매체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앙카라 교외에서 헬리콥터 공격으로 경찰관 17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쿠데타 측은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러스 해협 대교 2곳, 국영방송 등을 장악했다. 앙카라 거리에는 탱크가 배치됐으며, 이스탄불 경찰본부 근처 등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군용 제트기와 헬리콥터가 도시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쿠데타측이 공항을 점령함에 따라 아타튀리크공항 항공편은 전면 취소됐다. 휴가 중이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키라로 급히 귀국하려 했지만 공항이 폐쇄돼 착륙하지 못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행기 안에서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페이스타임'을 이용해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내가 민주적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보다 더 높은 권력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는 곧 진압될 것이며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 광장, 공항으로 나가 정부에 대한 지지와 단결을 (군부에) 보여달라"며 "봉기를 시도한 세력은 군부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며 "지금 앙카라로 복귀 중이며 (쿠데타는) 곧 진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쿠데타측은 민영 NTV 방송국과 통신사를 통해 성명을 내고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민주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장악했다. 현존하는 외교관계는 계속될 것이며 법치를 계속 중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쿠테타를 주도한 세력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탱크와 군부 헬리콥터 등이 쿠데타에 동원된 것으로 보아 군부의 상당 부분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터키 유혈사태에 대해 미국·UN 등은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군부의 국정 개입을 용납할 수 없다. 터키가 조속히 평화롭게 민간 통치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백악관과 국무부 성명을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메블류트 차부숄루 터키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민간 정부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대변인을 통해 민주정부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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