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청소년 선도…“탈선 아이들 복귀해 졸업할 때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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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원봉사상 대상을 받은 황원일(75·사진) 법사랑위원 전북 익산지구협의회장은 15일 “학생들이 죄를 뉘우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무사히 졸업만 해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야 사회에 진출해 직장도 잡고 결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자원봉사상 대상 황원일씨

황 회장은 2002년 7월 법사랑위원에 위촉돼 14년간 청소년 선도 활동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전주지검 군산지청장이었던 정병섭(78) 변호사가 “사회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많으니 도와달라”고 권유한 게 인연이 됐다. 2014년 4월부터는 익산 지역 법사랑위원 보호관찰위원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검찰이 보호관찰소 선도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한 학생들의 탈선·범죄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황 회장은 “청소년기에 형을 선고받고 한번 전과자로 낙인찍히면 청춘이 매장되지 않느냐”며 “이를 막으려고 아이들과 무시로 만나 대화하고 부모와 학교에 연락해 다시 비뚤어진 길로 가지 않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탈선하는 학생 대부분은 가정 환경이 불우하다”며 “가출해도 반겨줄 데가 없다 보니 재범(再犯)의 유혹에 빠진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만나면 ‘너희가 어려움을 겪은 만큼 나중에 사회적 약자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돼라’고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태화산업·황등산업 회장과 익산 황등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 회장이 굳이 돈벌이와 상관없는 청소년 선도와 범죄예방 활동에 매진하는 데는 본인의 재기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30대 중반에 미곡 유통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평민당 사무총장을 지낸 고 이재근 의원이 그가 운영하던 황등산업 전무로 부르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황 회장은 매년 장학금과 청소년 관련 사업, 봉사 활동 등에 사비 1500만~2000만원을 쓰고 있다. 익산시 황등면 토박이로서 법사랑위원 활동과 별개로 20년간 황등면 6개 초·중·고교에 장학금을 줘왔다. 이들 학교 정문도 모두 그가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는 “평생 욕심을 안 내고 남을 위해 살다간 고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한다”며 “소외된 이웃과 불우한 청소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빛을 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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