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단군 이래 가장 우수한 세대가 꼰대들에게 밀리지 않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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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도발하라
이근 지음, 이와우 펴냄
215쪽, 1만2000원

이 책을 읽기 위해 알아둬야 할 정의(定義)는 두 가지다. 첫째 소프트 파워. 내가 원하는 걸 상대가 자발적(자동적)으로 하게 하는 힘, 즉 ‘생각의 덫’으로 지배층에게는 효율적인 통치 수단이다. 둘째 반지성주의 사회.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깊게 생각하지 않고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권을 늘리는 지배층의 소프트 파워가 정교하게 구사되는 이러한 반지성주의 사회에서는 세월호의 비극에서 보듯이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먹힌다”고 한탄한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비극적인 반지성주의 사회에서 살게 되었을까.

이 교수는 소프트 파워라는 분석도구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훑으며 왜 이 나라가 중세적인 신분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지 밝힌다. 한마디로 국민을 섬겨야 할 공직자가 어떻게 “민중은 개, 돼지”라 발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까발린다. ‘창조 경제’의 공허함, 효율이라는 구호의 위험성, 정직과 신뢰라는 면에서 모두 다 실패하고 있는 현 정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액정 사회(monitor society)’의 역설, 반지성주의 사회를 만드는 대표 협력자인 ‘언론’과 ‘지식산업’ 등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이 이어진다.

“신중세 신분 사회의 핵심은 단군 이래 가장 우수한 다수(2040세대)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꼰대(50대 이상)’들에게 끌려다니고 지배당하는 모순과 불일치다. (…) 그들의 지배 방법은 간단하다. 재력과 권력으로의 접근을 독점하고, 우수하고 젊은 다수에게 재력과 권력이 분배되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201~202쪽)

이 교수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생각하는 ‘미래 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미래 세대가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다. “미래의 흐름을 끌고 나갈 인재들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도발 세대’다. ‘도발 세력’과 ‘도발 인간’과 ‘창조적인 개인’의 탄생에 이 나라의 내일이 달려있다고 지은이는 도발한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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